일곱 살 때 셜록 홈스와 아르센 뤼팽의 모험을 읽으며 추리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다양한 갈래의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어요. 그렇게 읽은 책이 얼추 만 권 정도를 헤아리기 시작했을 때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금세 즐거운 독서와는 달리 즐거운 글쓰기는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말았지요. 여러 편의 단편과 몇 권의 장편을 쓴 지금도 여전히 ‘어떻게 써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까’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언젠가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모닥불 앞에 둘러 앉아, 귀를 쫑긋 세운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들려줄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답니다.
“장 서리 아저씨, 시신을 직접 보신 것 맞죠?” “그렇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의 물살이 센가요?” “잔잔한 편이지요.” “혹시 시신에 상처가 있던가요?” “있었습니다.” “어디였죠? 머리 쪽인가요, 다리 쪽인가요?” “머리에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누군가 고의적으로 떠밀었을 가능성이 커요.” 약용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건 무슨 이유에서냐?” 약용의 아버지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어요. “일반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이 우리가 멱을 감으러 물에 들어갈 때처럼 머리부터 뛰어들진 않지요. 다리를 아래로 하고 몸을 곧추세우고 뛰어내리죠. 그러니 대부분 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람은 다리 부분에 먼저 상처가 남을 거예요. 그런데 물살이 세지 않은 곳인데도 시신의 머리에만 상처가 있다면 뒤에서 떠밀려 머리부터 떨어진 게 분명해요.” 말을 마친 약용은 잊고 있었던 가려움을 떠올린 듯 얼굴, 옆구리, 엉덩이 할 것 없이 온몸을 벅벅벅 긁어 대기 시작했어요. --- p.28,「광탄천의 시신」중에서
약용은 텁석부리 아저씨의 가슴에 있는 울긋불긋한 반점에 소금을 뿌리고 달걀을 살살 문질렀어요. 잠시 뒤, 약용은 텁석부리 아저씨를 가리키면서 말했어요. “지금 이 아저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무, 무슨 소리냐!” 텁석부리 아저씨가 고함을 질렀어요. “증거를 대 보아라!” “바로 이게 증거예요.” 약용은 달걀을 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는데, 껍데기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완화(莞花) 잎사귀로 피부를 문지르면 이 아저씨처럼 다른 사람에게 맞은 것 같은 붉은 부스럼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완화의 즙에 소금을 뿌리고 달걀을 문지르면 이렇게 붉은색으로 물들거든요.” “오, 그렇구나!” 주인아저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사기를 치려고 했던 텁석부리 아저씨는 목이 자라처럼 쑥 들어갔어요. “외상한 것도 모자라서 사기까지 치려고 하다니 당장 현청에 넘깁시다!” “그럽시다!” 구경꾼들이 외치자 텁석부리 아저씨는“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약용이 외지부 몫을 톡톡히 했다며 약용에 대해 수군거렸고, 약용은 그 소리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