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혹시 4반이야? 나도 4반인데.”
같은 반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살다니!
달봉이는 입이 헤죽 벌어졌어요. 달봉이는 같은 나이의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사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역시, 이사 오길 잘했어!’
학교에선 쉬는 시간에 같이 놀고, 집에 와선 빌라 골목에서 같이 놀고. 같은 나이 남자애랑은 뭘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감으로 가슴까지 콩닥콩닥 뛰었죠.
하지만 칠칠이는 웃고 있는 달봉이를 향해 인상을 팍, 찌푸렸어요.
“뭐야, 전학 온 애잖아. 에잇, 짜증나.”
그러고는 성큼성큼 달봉이를 지나쳐 가 버렸어요. 칠순이는 괜히 왕~ 울음을 터뜨리며 칠칠이를 쫓아갔어요. 나나도 달봉이를 힐끗거리긴 했지만, 결국은 칠칠이를 쫓아갔고요.
달봉이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어요.
‘왜 저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사실 칠칠이는 달봉이가 싫은 게 아니었어요. 그냥 같은 반 친구인 게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죠.
같은 반이면 수업 시간에 혼나는 것도 보고, 숙제 안 해 가서 혼나는 것도 보니까 싫은 거지요.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달봉이는 걱정도 되고 화도 났어요. 눈물까지 핑 돌았지요. 달봉이는 울음을 꾹 참고 현관문을 열었어요.
어두운 거실이 보였어요. 어제와 똑같았죠.
하지만 달봉이의 마음은 어제와 달랐어요. 어제보다 더 끔찍했죠!
같은 반에, 그것도 같은 동네에 못된 남자애가 살고 있으니까요!
---「첫만남」중에서
3월 31일 월요일
먹구름이 가슴까지 들어온 날
외롭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와 텔레비전을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슬픈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는 간간이 애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더 울적했다.
혼자 있기 싫어서 엄마한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엄마는 평소보다 더 늦게 왔다.
“배고파 죽겠잖아.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
화를 냈더니, 엄마는 더 크게 화를 냈다.
“얘가 왜 짜증이야!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게다가 숙제 안 했다고 혼까지 났다.
아빠까지 “숙제는 미리 해 놔야지.” 하면서, 한마디 하셨다.
다들 정말 너무한다. 내 마음도 모르고!
덧붙임 : 오늘 사실은 엄청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엄청 못된 애를 만났지만
적지 않겠다. 나는 일기장에 그런 거 적는 어린이가 아니니까!
---「달봉이의 일기」중에서
달봉이와 나나, 칠칠이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
일기를 어떻게 쓰냐고? 그건 걱정하지 마. 일기 쓰는 건 생각보다 엄청 쉬워. 세 가지만 빠뜨리지 않으면 돼. ① 날짜 ② 날씨 ③ 제목 그 다음엔 마음대로 쓰는 거 지, 뭐. 일기는 오늘 있었던 일을 쓰는 글이야. 오늘 있었던 일 가운데 엄마나 동생,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듯이 쓰면 돼.
일기 쓰기 싫어하고 어려워 하는 친구들이 물어보는 질문이 바로 일기를 왜 쓰냐 고 하는 거야. 학교에 다녀와서 때때로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가 있잖아? 엄마가 궁금해 하시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먼 훗날 오늘을 살았던 내가 궁금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를 위해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차분히 적어 두는 거야. 먼 훗날 내가 쓴 일기를 읽고 있을 미래의 나를 상상해 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니?
달봉이, 나나, 칠칠이 세 친구가 이제 막 만났어. 어색하지만 설레는 이 세 친구의 만남은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일기로 남았지. 달봉이, 나나, 칠칠이와 함께 오늘 하 루를 일기로 남겨 보지 않을래?
---「오늘부터 일기 쓸거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