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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eBook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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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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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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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38.9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4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72쪽?
ISBN13 9788941916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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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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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화를 받던 날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던 초가을이었다. 나는 그 무렵, 방학을 한 아이들과의 씨름에 지쳐 있었다. 정신없이 뛰어온 내 생은 사소한 일상에도 멀미를 일으키고 있었고 진심을 말하자면 나는 ‘몰라, 나는 모르겠다고’ 하며 쉬고 싶었다. 수첩에 쓰인 글귀대로라면 내 영혼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 했던 것이다. 어디 깊은 산속 암자에라도 가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똑, 똑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사흘쯤 세다가 돌아오고 싶었다. 고요하고 심심하고 그래서 거울처럼 조용해진 마음에, 다시 내 마음을 한번 비추고 싶었다.--- p.27

“우리는 가둠으로써 제일 큰 것을 얻은 거예요. 세상의 작은 것들을 버리고 제일 큰 것을 얻었으니 더 바랄 게 없지요. 처음 프랑스에 와서 이 수도원 저 수도원을 다녀보다가 이곳에 오게 됐어요. 제가 소개를 받아 이곳에 도착하기 전날 한 수녀님이 돌아가셨는가 봐요. 장례미사를 드리는 데 참석했다가 돌아가신 그분의 얼굴을 뵙게 되었죠. 관 속에 들어가 계신 그 늙은 수녀님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바로 원장 수녀님께 면회를 신청했어요. 그러고는 말씀드렸죠. ‘제발 여기서 죽게 해 주세요.’ 그때 원장 수녀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죽는 건 안 돼요.’”--- p.73

아름다운 풍광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다시 꼭 찾아가고 싶은 곳, 프리부르. 그러고 보니 이제껏 세 번의 유럽 여행이 헛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여행하면서 나는 한 번도 ‘사람들’을 만난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본 것은 사람 없는 풍경과 역무원들과 장사꾼들뿐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비로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p.188

누구든, 그 사람의 종교나 국적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은 누구나’ 여기에 와서 묵을 수 있다고 아까 부원장 수녀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의미 따위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잃어버릴 이유가 없을 테니까.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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