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행은 1985년에 부산에서 국어 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아이들과 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1998년에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 들어가 이오덕 선생님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오덕 선생님이 평생 공부하고 실천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고등학교에서도 꾸준히 해서 해마다 아이들 글을 문집으로 엮고 있다. 아이들 시를 모아 《버림받은 성적표》, 《기절했다 깬 것 같다》를 펴내기도 했다.
동료 교사들에게 어떻게 고등학생 아이들과 시를 쓰고 글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국어 시간에 뭐 하니?》가 그 답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첫발을 떼야 하는지 모르는 교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아이들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교실에 가서 청소하고, 담임 맡은 아이들 이름표를 만들어 첫날 한 사람씩 안아 주면서 건네고, 벚꽃이 피면 아이들 데리고 학교 뒷산을 오르고, 아이들이 반짝거리는 시를 써 오면 가슴이 설레서 벙글거리고, 그래서 구자행은 천생 국어 교사이다.
고자행님 정철의 관동별곡을 공부하는데 기홍이가 시무룩하다. “기홍이 너 오늘 무슨 일 있나?” “샘, 오늘 기홍이 억수로 공깄는데요.” “그랬나, 어느 선생님한테 야단맞았노?” “날개 샘한테요.” “맞았나?” “맞지는 안 했는데 언어폭력 당했는데요.” “무슨 말 들었는데?” “니 물 나오나 이런 말도 듣고…….” “그래, 날개가 무슨 뜻인데?” “날마다 개지랄한다.” “내 궁금한 게 있는데, 내 별명은 머꼬?” “고자행님” 기홍이도 같이 웃었다. --- p. 9
영민이와 상훈이는 앞치마를 두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따고, 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손에 닿는 감을 땄다. 부지런히 땄다. 애들도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에 신이 났다. “선생님.” “왜?” “특별 상담은 언제 해요?” “벌써 다했는데.” “언제요?” “아까 감 딸 때” “예에?” “그때 감이랑 특별 상담 한 거였는데.” 모두 웃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뒤에 앉은 상훈이랑 영민이는 떠들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 p.68
아이들 시가 참된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인지, 어른들 시를 흉내 내는 글쓰기 훈련에서 나온 글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글을 읽고 글 속에 담긴 아이의 진실이 무엇인가 읽어 줄 수 있어야 한다. --- p. 125
웃을 권리 야자 시간 10분 남겨 놓고 내 짝이 장난을 쳤다. 터져 나오는 웃음 “어이, 거기 애들 나온나.” 딱! 딱! 종아리에 빨간 줄만 남아 있다. 우리는 웃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다. --- p.205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들어 간다. 친구를 따돌리거나 따돌림당했던 이야기, 선배나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맞으면서 힘들게 지낸 이야기, 엄마가 집을 나가고 동생들 돌보며 지낸 이야기,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당한 억울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아이들 이야기 대부분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 보인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