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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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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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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86g | 128*188*30mm
ISBN13 9788972885016
ISBN10 897288501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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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이 야만이라고 했는데, 임금노동자가 퇴근 이후에 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야만스러운 일이라고 엄복태는 감히 생각했다. ---p.12

“나무의 우듬지만 보고 숲이랄 수는 없는 거야. 나무 사이로 걸어 다니며 나무의 검은 그늘을 느끼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에 눈이 부셔야 그게 숲이지.”---p.15

“우리가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는 어떤 한계, 그 경계선 너머는 분명히 우리가 함께 있던 이 세계의 바깥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바깥으로 나갔다기보다는 그 바깥으로 들어갔다.”---p.124

“이런 얘기 아니? 이 우주의 대부분의 에너지는 자기를 막아서는 어떤 것을 만났을 때 그 속으로 흡수되거나 혹은 그대로 소멸되는 대신 방향을 바꾼다는 거야. 그럼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꾸느냐, 자신의 안쪽으로 바꾸는 거지. 나선형을 그리면서 자신의 안쪽으로 점점 말고 들어가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나선의 중심이 탄생하는 거다. 그렇게 생긴 나선의 중심이 어떤지 아니? (……) 아주 고요하단다, 아주.”---pp.134~135

우리는 인생이라는 이 징글징글한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문 앞에서 하나씩 받은 고깔모자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언젠가 그녀가 말했다. 고깔모자에는 차곡차곡 지나간 시간이 쌓이고 있으며 우리 각자의 현재 좌표는 뒤집어놓은 고깔모자의 꼭짓점이라는 거였다. 현재가 늘 괴로운 건 과거로 가득 찬 고깔모자의 꼭짓점에 집중되는 하중 때문이었다. ---p.187

“류는 웃는 자가 되고 싶었으나 결국 웃음거리나 되고 말 것 같아 두려웠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게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는 것이라면, 사는 동안에나 좀 웃다가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통 웃지를 못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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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발명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이 야만이라고 했는데, 임금노동자가 퇴근 후에 시를 쓰는 것 또한 야만적인 일이라고 한탄하며 시를 쓰기 위해 고독을 발명하는 엄복태. 소설가 신경숙과 시인 함민복이 사주는 술자리에 초대를 해주곤 하던 선배 하승진이 엄복태가 시를 발표할 수 있도록 ‘이름 없는’ 시잡지를 발간하는 양준을 소개해주면서 시를 향한 엄복태의 분투는 더욱 꼬여만 간다. 시를 쓸 수도 쓰지 않을 수도 없는 이상한 나라에 갇혀버린 엄복태에게 시인 김중식이 자판기 커피를, 기형도가 디스플러스를 사주면서 위로해준다.

누구 무릎에 꽃이 피나
장사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녀들을 키워 오던 춘복 씨 무릎에 꽃이 피었다. 꽃이 핀 이후로 이상하게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졌지만, 오히려 육아로부터 해방될 기회를 얻었다. 춘복 씨는 평생 처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하지만 아들은 무릎의 꽃을 꺾기를 바란다. 춘복 씨의 새로운 창세기는 3일 만에 막을 내렸고 쓸쓸해진 그녀는 생각한다. 세상에 나와 이렇게 살고 있으면 됐지 꼭 무엇엔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너무 쓸모 있기만 한 인생은 좀 피곤하다는 생각도.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바퀴 달린 샘소나이트 트렁크와 함께 사라진 아버지를 이십여 년 만에 찾아 나선 아들의 이야기. 트렁크에 들어가 잠든 아버지를 꿈꾸었던 아들은 이제 아버지가 만들어낸 아버지만의 세계에 별 네 개를 주고는 그 세계의 바깥으로 들어간다.

시간의 속
백화점 직원인 나는 우연히 알게 된 노인의 집에 세 들어 살게 된다. 여자 친구가 말없이 떠나면서 남긴 시계는 자꾸 느려지고 지나간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고깔모자의 꼭짓점 아래에서 압사할 지경이다. 게다가 어쩌다 보니 노인의 아버지인 치매 환자 뒤치다꺼리를 하게 되면서 시간 속에 던져진 인간사의 슬픔을 깨닫는다.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
버스 기사 영환이 버스 정류장에 잠시 버스를 세워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버스가 사라지고 없었다. 서둘러 차고지에 돌아와 보지만 회사도 없어졌고, 회사에서 가까운 집도 사라졌다.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자기가 몰던 버스가 사라지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사라지자 자기를 증명해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날 저녁, 영환은 어디로 갔을까.

성가족
가톨릭 신자인 인주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오랫동안 감추어 두었던 십자고상을 꺼낸다. 장독대의 터줏대감이나 무당을 믿던 시어머니는 인주의 신앙을 꺾어버리려고 인주를 몹시 괴롭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성가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주는 아무 신앙도 없는 남편을 성가족이라는 틀 안에 억지로 구겨 넣으려 한다. 언젠가 남편이 인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그거 알아? 이상하게, 당신 어딘가 엄마랑 비슷한 데가 있어.

생활의 기술
류는 ‘웃는 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저 ‘진땀을 흘리는 자’일 뿐이다. 집안 살림을 맡게 된 류가 생활의 기술을 습득해 간다. 기술의 핵심은 걱정이나 불안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린 류는 얼어붙고 만다.

당신 손목을 붙드는 그림자
한때 편집자였던 소영은 책을 훌륭한 인테리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서재를 꾸며주는 일을 한다. 소영을 그 일에 끌어들인 윤은 수도권 외곽의 한 책 창고에 들어앉아 책에 햇볕을 쪼이고 바람을 쏘이면서 세월을 입힌다. 서재를 꾸며준 인연으로 건축업자 박무석의 집에 드나들게 된 소영, 아들을 잃고 집에 틀어박힌 박무석, 화재로 책 창고를 잃고 완전히 망해버린 윤의 이야기. 인생의 어느 순간,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나머지 인생 동안엔 그 그림자에 붙들려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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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노재희의 소설집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에는 문학이라는 자석산에 영혼을 빼앗긴 자의 아름다운 고백들이 가득하다. 강렬한 자석에 이끌린 삶은 고독한 삶과 동의어가 된다. 고독은 생계와 일상이라는 외재적 힘 앞에서 방향을 바꾼 에너지들이 만들어내는 중심인 것이다. 고독의 중심을 향해 들어갈 때 우리의 삶은 영혼으로 충만해진다. 노재희가 말하는 문학도 무릇 그러한 것이리라. 가만히 들여다보지만 결국 영혼을 이끌어 내는 어떤 매혹, 보이지 않지만 결국 드러나는 어떤 움직임, 그게 바로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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