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영어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습관들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학 전과 초등학교 시기가 자녀 스스로 주도해 나갈 기초를 다지기에 가장 적합한 ‘영어 교육의 골든타임’이다. 결국, 영어 교육의 성패는 부모가 어떻게 이 골든타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계속 강조하겠지만, 이 골든타임의 시기 동안 아이 스스로 영어는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너무나 재미있는 것이라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이, 재미까지 있다면 꾸준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란, 자녀가 처음으로 영어를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필요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는 한편, 이렇게 형성된 영어에 대한 관심을 아이 스스로 올바른 습관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시기별로 적절한 ‘영어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 p.37-38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카드 맞추기와 같은 단순한 놀이로는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아이 스스로 이제 단어도 좀 알고, 동화책과 동요를 통해 쉬운 문장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당시에 내가 하고 있던 학습지의 컨텐츠 중에 ‘12마리 노래하는 동물들(Twelve Singing Animals)’이라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뮤지컬이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2간지 동물들을 소재로 한 어린이 뮤지컬로 음악도 신나고 대사도 흥미로워 성민이의 관심이 높았기에, 뮤지컬 배우처럼 연기에 한 번 도전해 보자고 제안했고 성민이도 흔쾌히 동의했다.
우선 각 등장인물의 대사를 서로 역할을 나누어 외우기로 했고, 대사를 외우는 동안 본격적인 연기를 위한 동물 가면을 제작하기로 했다. 흰색 마분지에 동물 얼굴을 그려 넣고 색칠을 한 다음, 귀가 닿는 위치에 구멍을 뚫어 노란 고무줄을 걸어서 만든 게 전부였지만, 성민이는 진짜 배우가 된 듯이 매우 즐거워하였다. 이 뮤지컬은 실제로 정식 배우들에 의해 전국 공연도 진행하고 있었기에 함께 공연 관람도 했다. 여느 때 같으면, 그저 무덤덤하게 보았을 아동 뮤지컬이었지만, 성민이와 나는 “저 부분은 우리가 외웠던 거랑 대사가 다르다. 그치?” 하면서 비교 분석 수준의 관람이 가능했다. 수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성민이와 나는 뮤지컬 가사를 흥얼거리며 그 때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 p.102-104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스스로 첨삭을 하는 ‘셀프첨삭식 영작문 훈련법’이다. 우리말 해석이 포함된 영어독해 교재를 영작문 교재로 역이용함으로써, 이미 검증된 영어 원문을 확보할 수 있어 나로선 첨삭지도의 부담이 사라지고, 성민이도 어떤 주제로 작문을 할 것인가 하는 주제 선정의 고민이 서로 해결된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포인트는, 처음 이 훈련을 적용할 때는 반드시 영어독해 책의 원문이 아이가 평소 접하는 영어 문장들보다 훨씬 쉬워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글로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읽어 내던 문장이라도 글로 쓰는 것은 쉽지가 않아서 아예 작문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작문 단계에서부터 지나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면, ‘본인이 작문한 문장과 원문의 비교를 통해 틀린 부분을 스스로 교정한다’는 셀프첨삭 본연의 목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아이의 몰입도와 흥미도가 심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156-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