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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코끼리 끌어안기
eBook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

[ 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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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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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파일/용량 PDF(DRM) | 19.8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49쪽?
ISBN13 978892558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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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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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안 좋아하면 어떡해?”
“당연히 좋아하겠지.” 엄마는 내가 어릴 때 그랬듯이 내 귀 뒤로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당연히 좋아할 거야.”
“하지만 안 좋아하면?”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여름방학에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지만 그 아이들도 자신과 똑같은 기분이었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점심때쯤 되자 엄마의 깁스에는 새 친구들이 써준,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다음 이야기가 더 멋지지.” 엄마가 베개를 세우며 말했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낙서 가득한 엄마의 깁스를 보고 교복 규율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뭐니! 그래서 등교 첫날부터 교장 선생님께 보내졌어. 교장 선생님이 여자였는데, 그 생활지도 선생님께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하고는 내 깁스를 보더니 펜을 집어 드는 거야. 그러곤 펜파크 중등학교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써줬지 뭐니.”
물론, 멋진 이야기이다.
정말 있었던 일이라면.
--- pp.79~80

“오래전에 해야 했어.” 아빠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아빠.”
맞는 말이었다. 그때 바로 해버렸다면 커다란 작별 의식의 일부가 되어 이왕 슬퍼하는 김에 슬퍼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망설이고 미루다 보면 얼마나 미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1년이면 충분할까? 1년이 2년이 되고 3년이 된다. 결국 5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우리는 방 안에 커다란 코끼리가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엔 방 자체가 코끼리이지만.
--- pp.111~112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당신의 잠재력입니다. 하지만 그냥 불가능이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놓쳐버린 기회이거든요. 당신이 끝내 충족시킬 수 없는 기대치랍니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큰 희망을 품어도 저는 늘 당신을 조롱하죠. 목욕을 시킨 뒤에는 엉덩이에 땀띠 분을 발라주면서 어차피 우리의 똥 냄새는 다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해보세요.’
모른 척해주기 바란다. 그냥 오늘은 조금 화가 난다. 데니즈 러벌은 대체 자기가 뭐라고 집에까지 찾아와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까? 왜 그들은 나를 내버려두지 못할까?
--- pp.137~138

“넌 우리 팀의 자산이야.” 주임이 말했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루돌프 사슴 코 넥타이를 어루만졌다. 루돌프 코에 붙은 전구에서 불이 반짝거렸다. 나는 크리스마스 내내 일했고 신년 연휴에도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만 하면 국가 자격증 취득 과정을 밟게 해줘야겠다. 웃어도 돼, 매슈. 널 칭찬하는 거야.”
“야간 근무 해도 돼요?”
“해도 된다고 얘기했잖아.”
“낮 근무도 같이 해도 돼요?”
그는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근무 당번표를 보았다. “근로시간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데. 관련 법규가…….”
“돈이 필요해요.”
그는 근로시간을 늘려주었다. 그는 항상 그랬다. 나는 임대료를 내기 위해, 그리고 혼자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시간 일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무렵 나는 적지 않게 외로웠다. 그래서 일하지 않을 때에는 나의 특별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나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 병은 확실한 노동관을 갖고 있다.
--- p.168

형의 얼굴에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코끝에는 검은 점을 찍었고 선으로 수염을 표현해놓았다.
“난 호랑이야.” 형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호랑이처럼 보여?”
“최고의 호랑이인데.” 내가 미소를 지었다.
형은 또 한 번 으르렁거렸다. 그러곤 바닥에 배를 대고 기었다. “난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뱀처럼 스르르 움직이지.”
형은 예전에도 ‘ㅅ’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언어 치료 시간에 그 발음을 한참 연습하곤 했다. 그래도 뱀처럼 스르르 움직이는 일은 제법 잘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게 분명했다.
“아주 잘하는데. 진짜 훌륭해, 사이먼 형.”
형은 자랑스러운 듯 활짝 웃다가 와락 달려들어 두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형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냈다. 형을 껴안고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 p.253

아마도 그 모든 혼란을 야기한 사람은 나일 것이다. 크게 달라진 건 없겠지만 어쨌든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망가진 삶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데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듯하다.
열여덟 살이 되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
“뭐라고 했어?” 엄마가 다시 물었다.
“아니야. 별 얘기 아니었어.”
나는 엄마에게로 몸을 기울여 엄마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댔다. 그러곤 엄마의 숨소리를 들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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