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발현하는 작가이자 직장인, 사회복지사, 진실탐구자이다. 대표작 [안개의 산]은 작가가 고립된 산장 생활을 통해 상상을 잉태하고, 그 상상에 간절함을 자양하여 탄생시킨 작품이다. 놀라운 서스펜스 속에 인간 실존의 진실이 숨어있는 ‘21세기형 한국판 걸리버 여행기’라고도 할 수 있다. 상상의 눈으로 모든 현상과 사물의 이면에 존재하는 궁극의 본질을 발견하여, 그것을 소설로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이다.
그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어라 짧은 주문을 외운 다음 ‘나기니타!’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주위를 에워쌌던 수많은 뱀들이 일제히 ‘나기니타! 나기니타!’ 하고 두 번 복창했다. 소름이 쫙 끼쳤다. 복창이 끝남과 동시에 이어서 문지기 콜데비차가 나타나 나의 목덜미를 콱 물고 나선형 나무위로 빙글빙글 올라갔다. 나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현기증이 나고 구역질이 났지만,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여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나무 위로 빙글빙글 올라간 문지기 콜데비차가 나를 나무 위 널빤지에 내려놓더니 그 옆에 떡 버티고 섰다. 내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수많은 뱀들이 머리를 빳빳이 들고서 나무 위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리의 맨 앞에는 말레피코가 구부러진 지팡이를 들고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그가 위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그 인간의 가슴을 찢고 뜨거운 심장을 꺼내라!” 그러자 아래에 있던 뱀들은 한꺼번에 ‘나기니타! 나기니타!’를 연호하며 몸을 흔들고 쉭쉭 소리를 내면서 일제히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호수에는 물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었고, 가장자리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호수 안쪽은 끓는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림자 아저씨가 내달리기를 멈추지 말고 그 현상 안으로 몸을 던지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끓는 호수 안으로 몸을 던질 수는 없었다. 겁이 덜컥 났다. 호수 안으로 몸을 던졌다가는 뜨거운 물에 몸이 삶겨질 것만 같았다. 나는 호수 앞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런데 바로 그때 와작거리는 자갈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언제 뒤쫓아 왔는지 저만치 문지기 콜데비차 둘이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미끄러져 오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뱀들에게 잡혀가 심장이 꺼내져 죽으나 뜨거운 물에 삶겨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미지의 신께 간절히 기도하며 호수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