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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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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 《빨간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장편소설

[ EPUB ]
리뷰 총점8.8 리뷰 37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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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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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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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8.1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6만자, 약 5.5만 단어, A4 약 104쪽?
ISBN13 978895913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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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우드 주민들과 스털링가 사람들은 진작에 밸런시를 가망 없는 노처녀로 점찍었다. 그래도 밸런시는 자기에게도 로맨스가 찾아오리라는 그 안쓰럽고 민망하고 변변찮은 희망을 지금껏 단 한순간도 놓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눈을 떠보니 나이는 스물아홉이나 먹었건만 저 좋다는 사내는 하나도 없는 꿉꿉하고 고약한 날 아침이 밝자 더는 그런 희망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아, 마음 아파라. 노처녀로 사는 건 그나마 괜찮다. 결혼해서 웰링턴 숙부나 벤자민 부는 물론이고 좀 양보해서 허버트 숙부 같은 사람하고 사느니 차라리 노처녀로 지내는 게 덜 끔찍하다. 그래도 속상한 건 노처녀를 면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욕망하는 남자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니!
회색빛으로 어렴풋하게 밝아오는 어둠 속에 홀로 누워 있자니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다. 엉엉 울고 싶어도 감히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었다. 울면 심장 언저리에 또 통증이 올까 무서웠다. 간밤에 잠자리에 든 후로 잠깐 통증이 있었는데 이전보다 제법 심하게 아팠다. 그리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서 어머니가 그녀의 빨개진 눈을 보면 왜 그러냐고 모기처럼 성가시게 캐물을까 무서웠다.
밸런시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내가 툭 까놓고 결혼 못 해서 울었다고 대답한다고 쳐봐. 어머니가 얼마나 충격을 받겠어. 안그래도 노처녀 딸 때문에 하루하루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으신데 말이야.’
하지만 당연히 체면은 지켜야 했다. 밸런시는 “처녀가 사내 생각하면 못쓴다, 못써”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새침하고 고압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의 표정을 떠올리자 밸런시는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사실 밸런시는 집안사람들 누구 하나 짐작도 못하는 유머 감각의 소유자이다. 그러고 보면 그녀에게는 다들 짐작도 못 하는 점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겉으론 웃어도 마음속으론 웃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작고 보잘것없는 몸을 잔뜩 옹송그리고 누워서 바깥에서 억수 같이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누추한 방으로 살금살금기어드는 서늘하고 무자비한 빛을 역겹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p.9~11

어느 날 저녁, 마거릿 블런트네 집에서 파티가 있었다. 그날 밸런시는 어떻게든 예뻐 보이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롭 워커도 파티에 참석한다고 했는데 이틀 전 미스타위스에 있는 허버트 숙부의 오두막에서 달빛이 내리는 베란다에 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롭이 정말로 자신에게 반한 줄 알았다. 그러나 마거릿네 파티에서 롭은 그녀에게 춤을 추자고 하기는커녕 그녀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녀는 평소처럼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그건 오래전 일이었다. 디어우드 사람들이 밸런시를 파티에 초대하지 않은지도 한참이 됐다. 그래도 밸런시는 그때 느낀 굴욕감과 실망감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날 성긴 머리칼을 되지도 않게 곱슬곱슬 말고 볼을 붉게 물들이겠답시고 파티에 가기 한 시간 전부터 마구 꼬집어대고도 정작 파티장에서는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만 했던 자신을 떠올리자, 그녀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 고생을 하고 얻은 것이라곤 마거릿 블런트네 파티에 밸런시 스털링이 볼에 연지를 바르고 나타났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뿐이었다. 그 시절 디어우드에서는 그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평판이 완전히 결딴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밸런시의 평판은 결딴나기는커녕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밸런시가 아무리 애써봤자 절대 날라리가 될 수 없다는 걸 다들 잘 아는 탓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그녀를 비웃을 뿐이었다.
‘난 지금까지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어. 인생에서 중요한 감정들은 다 날 피해 갔어. 죽을 만큼 슬펐던 적도 없잖아. 진심으로 누굴 사랑해본 적이 있나? 내가 어머니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나? 아니. 창피한 말일지 몰라도 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고 단 한순간도 사랑해본 적 없어. 사랑하기는커녕 좋아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난 어떤 종류의 사랑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거지. 내 삶은 텅텅 비어 있었어. 공허함만큼 나쁜 것도 없지. 없다고!’ 격한 감정이 일어 자기도 모르게 “없다고!”가 큰 소리로 튀어나왔다.
--- p.82~83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내가….” 밸런시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라는 말이 턱밑에 걸려 끝내 내뱉지 못했다. 그래서 괜히 경박한 표현을 썼다. “당신한테 미쳤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는… 이거예요.” 그녀는 트렌트 박사의 편지를 건넸다.
버니는 뭐라도 안전하고 멀쩡한 행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처럼 그 편지를 열어봤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는 그냥 이해한 게 아니라 밸런시가 그에게 원했던 수준보다 더 잘 이해한 것 같았다.
“손쓸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거 확실해요?”
밸런시는 그 질문을 똑바로 알아들었다.
“네. 트렌트 박사님이 심장병으로 유명한 거 알잖아요. 나 살날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어쩌면 겨우 몇 달, 겨우 몇 주가 다일지도 몰라요. 난 그 시간을 제대로 살고 싶어요. 디어우드로는 절대 안 돌아가요. 거기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잘 알잖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끝내 입 밖으로 꺼냈다. “난 당신을 사랑해요. 내게 남은 날을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어요. 그게 다예요.”
버니는 문간에서 꽤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서 고성방가 에이벌의 주방 굴뚝 위에서 그에게 눈짓하고 있는 새하얗고 요염한 별을 올려다봤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살인범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요, 난 몰라요. 당신이 어떤 끔찍한 인간일 수도 있겠죠.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사실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그 정도로 나를 좋아해요, 밸런시?” 버니가 별을 향하던 시선을 밸런시의 두 눈, 묘하고 신비로운 그 두 눈으로 옮기면서 못 믿겠다는 투로 물었다.
“좋아해요… 아주 많이.” 밸런시가 소리 죽여 말했다.
--- p.2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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