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은 자신의 정원에 있는 과일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던 중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James and the Giant Peach》의 영감을 얻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큐 가든Kew Gardens》에서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설에 자신이 아는 정원들을 엮어 넣었고, 애거서 크리스티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좀 바꿔서 묘사하려는 수고조차 없이, 자신의 추리소설 곳곳에 사랑하는 저택(그린웨이)과 정원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제인 오스틴이 황야나 관목 숲을 본 적이 없었다면,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어디서 거닐고 말하고 생각했을까?
--- p.7
월터 스콧은 나무를 잘 심었다. 토머스 하디도 맥스 게이트에 오스트리아산(産) 소나무 2천 그루를 심었다. 처칠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차트웰의 뜰로 나가 채마밭의 담장을 다시 세우곤 했다. 찰스 디킨스는 매일 아침 손에 연장을 들고 켄트 주에 있는 자신의 정원을 돌아다니며 수리가 필요한 것들을 손보곤 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이웃이 준 선물을 정원에 심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 p.11~12
제인이 쓴 편지를 보면 그녀가 이 집과 정원에서의 생활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들은 직접 벌꿀 술을 담그고, 식탁에 올릴 닭과 칠면조를 기르고, 완두콩과 감자, 구스베리, 딸기, 까치밥나무 등을 심었다. 카산드라가 가드머셤에 가 있을 때면 제인은 언니에게 생생한 소식을 담은 유쾌한 편지를 정기적으로 써 보냈다. 1811년 5월에 쓴 편지를 보자.
‘과수원 주위의 산책로가 얼마나 근사한지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야. (…) 오늘 이 나무들 중 한 그루에 살구가 열린 걸 보았다는 사람이 있어.’
초턴의 꽃들은 아욱, 접시꽃, 지면패랭이꽃, 수염패랭이꽃과 같이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식물들이었다. 같은 해 여름, 제인은 가드머셤에 가 있던 카산드라에게 정원이 패랭이꽃이며 수염패랭이꽃, 매발톱꽃들로 화사하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제인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산드라는 제인을 배려해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떠맡았고, 오스틴 부인은 열심히 채마밭을 돌보았다. 제인은 《이성과 감성》을 수정하여 1811년에 출간했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첫 출간 소설이 되었다. 제인은 또 《오만과 편견》을 수정하고《맨스필드 파크》를 쓰기 시작했다. 《오만과 편견》은 1813년에 출간되었다.
--- p.30~31
‘너도 알다시피, 이 근처는 온통 피크닉하기 좋은 정원들이야. 이곳에서 난 셰익스피어를 연구하고 있어. 만나는 사람은 거의 없어. 공부하는 틈틈이 맨발로 천천히 돌아다니며 자연을 관찰하곤 해. 자연을 이해하는 척하고 싶진 않지만, 난 자연과 잘 지내고 있어. (…) 책 읽기도 재미있어. 자연은 제 안에 암탉이며 폭풍 같은 것들을 품고 있어. 그러고 보니 자연과 나는 둘 다 아주 너그럽군. 난 꿀과 달걀, 우유 등을 먹으며 살고 있어. (…) 그리고 종일 장미 정원에 앉아 공부를 하지.’
브룩이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건 사실과 달랐다. 복잡한 친구 관계와 연애 사건을 겪으며 그의 시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랜타 강에서 브룩과 수영을 했고, 브룩의 여자 친구인 노엘 올리비에와 카 콕스는 물론 소설가 E.M. 포스터, 경제학자 메이너드 케인스, 화가 오거스터스 존,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등도 옛 사제관을 찾아와 과수원이나 정원에 앉아 담소를 즐겼다. (…) 브룩의 집주인 헨리 니브는 양봉가였으므로 브룩이 쓴 가장 유명한 시의 마지막 구절에도 나오듯, 이 집에는 항상 차에 넣을 꿀이 있었을 것이다.
--- p.42~46
베아트릭스는 기회만 되면 식물을 얻어 왔는데, 염치 불고하고 다른 사람의 정원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그녀의 집에 식물을 심을 빈 공간이 많다는 걸 안 이웃 주민들이 제집 마당의 식물을 뿌리째 캐 오기도 했다. 그녀가 1906년 9월에 밀리 워른Milie Warne(약혼자였던 노만 워른의 여동생)에게 써 보낸 편지를 보자.
‘오늘은 길모퉁이 집 테일러 부인이 준 범의귀를 심느라 종일 바빴어. 호의가 담긴 고마운 선물이었지만 좀 늦은 감이 있어서 서둘러 심어야 했거든.’
(…) 철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좋아서 하는 노동이었고, 베아트릭스는 일을 할수록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특히 야채밭을 좋아했는데 맥그리거 씨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분명했다 - 이미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쓴 상태였다(맥그리거 씨는 이 동화의 등장인물로, 야채밭 주인).
(…) 힐 탑이 있었기에 베아트릭스는 이제 겨우 드러난 창조적 능력을 활짝 꽃피울 수 있었다. 이 집의 실내 및 실외 장식은 1905년부터 그녀가 쓴 책에 묘사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책을 보면 오늘날과 아주 흡사한 야채밭에 제미마 퍼들 덕이 등장하고, 《새뮤얼 위스커스 이야기》는 이 집의 담장 안과 오래된 오크 널빤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이 거의 확실하다.
--- p. 89~91
그러나 디킨스가 가장 중시한 것은 색상의 조화를 고려해 식물을 심는 것이었다. 1층의 양쪽 퇴창 아래에 선홍색 펠라고니움 ‘미시즈 폴록Mrs Pollock’을 여러 줄 심어 ‘제라늄 무대Geranium Theatre’를 만들었다.
디킨스는 항상 재킷 단춧구멍에 제라늄을 꽂고 다녔는데, 이 꽃들은 만찬 손님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디킨스의 딸 케이티는 아버지가 천사가 된다면 제라늄(펠라고니움) 화환을 목에 두르고 거울로 만든 날개를 단 모습일 거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디킨스가 무수한 거울을 설치해 집을 환하게 꾸몄던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 디킨스는 계속 비용을 걱정해야 했고 개즈 힐 플레이스에 돌아오자마자 정원사 조지 브런트에게 꼭 필요한 식물이 아니면 주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펠라고니움 ‘미시즈 폴록’ 열여덟 개와 라벤더 열두 개를 구입하는 것은 허용했다.
--- p.121~122
이제 차트웰과 그 정원이 처칠에게 특히 중요해졌다. 그는 우울증을 다스리기 위해 야외 작업에, 특히 키친 가든의 담장을 다시 세우는 일에 몰두했다. 실제로 그는 건축업자 노동조합에 정식으로 가입했고 벽돌쌓기에 아주 능숙하여 한 시간에 90개의 벽돌을 쌓았다. 그는 과수원에 자두, 마르멜루, 사과, 배나무(모두 메이드스톤(켄트 주의 주도)의 조지 버나드 묘목장에서 얻은 것임)를 심었고 아이들을 위해 나무 위에 집(트리하우스)을 지었다.
(…) 물은 집 뒤편의 저수지 두 곳에 모였다가 골든 오르페 연못으로 흘러내려 온다 - 처칠은 이 오래된 연못을 다시 만들어 물고기를 넣고 주위에 군네라 마니카타Gunnera manicata(세계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 중 하나)와 단풍나무를 심었다. 골든 오르페(잉어과 물고기)는 해러즈(영국을 대표하는 백화점)에서 주문한 것이었다. 이 또한 클레멘타인이 반대했을 처칠의 과도한 지출이었다.
(…) 1935년 클레멘타인이 집에 없을 때 처칠은 굴삭기 한 대를 빌려 섬 만들기에 착수했다. 그리고 한껏 기쁨에 들떠 아내에게 굴삭기가 진흙에 빠져 소동을 일으킨 일을 편지로 써 보냈다.
--- p.147~151
숲의 거주자들은 들어서 알고 있다. 거의 모든 종의 나무들은 저마다 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호랑가시나무는 자신과 싸우며 씩씩, 서양물푸레나무는 흔들릴 때 쉭쉭, 너도밤나무는 반반한 가지를 오르내리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낸다. _《녹음 아래서Uunder the Greenwood Tree 》
(…) 하디는 정말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녹음 아래서》의 첫 문장은 나무의 모든 종은 식별 가능한 저마다의 소리 - 목소리 - 가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피력한다. 맥스 게이트로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쓴 《숲 속의 사람들The Woodlanders 》에서 각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자일스 윈터본이 섬세한 손동작으로 뿌리를 올바로 펼치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하디는 나무 심는 실제적인 방법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 나무 심는 일을 직접 거들었고 나무를 베어내거나 가지치기하는 것을 싫어했다.
하디는 유기적 재배법으로 정원의 화초를 가꿨고, 집에서 배출되는 중수를 채소에 주는 물로 재활용했다. 홈통의 빗물을 모으기 위한 시스템을 설계하여 지하에 물을 저장했다. 그는 어린 채소를 아주 좋아했고, 손님들이 줄기를 잡고 먹을 수 있도록 모든 산딸기와 딸기를 줄기째 따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30~234
스콧이 무엇보다 가장 즐거워한 일은 영지 관리인 톰 퍼디Tom Purdie와 함께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퍼디는 턱없이 저렴한 보수를 제시하며 스콧 앞에 나타나 스콧의 훌륭한 친구이자 피고용인이 되었다. 그들은 힘을 합쳐 애보츠퍼드의 나무 우거진 트위드 강변 풍경을 만들어냈다.
스콧은 나무 심기를 도우며, 가지를 치고 나무를 심는 일이라면 아침부터 밤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퍼디는 스콧의 서재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며 나와서 일할 시간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스콧은 대기실로 가 창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한 뒤 외투를 걸치고 기르는 개와 함께 언덕의 비탈면을 가로질러 갔다.
(…) 사실상 그는 파산한 것이었다. 파산은 애보츠퍼드를 잃고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스콧은 그 대신 자신의 글로 빚을 갚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특이한 요청이 받아들여져 애보츠퍼드는 신탁 관리되었고, 남은 생애 동안 스콧이 글을 써서 번 돈은 죄다 부족액을 메우는 데 들어갔다.
--- p.282~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