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프라이버시 개념은 캘빈 고틀립의 말대로 '그 시대가 도래했다가 가버린' 개념이다. 고틀립은 '반대하는 모든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이해 관계가 걸려 있을 때, 프라이버시에 가치를 둘 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를 희생시켜 얻은 보상이 지금은 너무 흔해져서 모든 실용적인 목적에 더 이상 프라이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프라이버시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고 그는 덧붙여 말한다. 프라이버시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이자는 투표도 없었고,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운동을 펼치는 정치가도 거의 없다. 반면에 많은 정치인들은 법과 질서 및 공공 치안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감시를 확대할 것을 옹호하고 있다.
민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반대 운동이 약한 진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정보를 기업체와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넘겨줌으로써 느끼는 긍정적인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 p.244
도청과 도청 장치가 보안과 첩보 활동의 주요 사항들이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으나, 도청-특히 통신 내용들이 사적인 것으로 여겨질 때-으로부터 사람들의 동기와 의도에 대한 많은 정보가 도출될 수 있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에서는 경찰 대원들과 보안 요원들의 도청이나 도청 장치의 이용을 법률로 규제한다. 그러한 통제는 국가 안보, 법률, 질서에 대한 동기들이 시민들의 자유에 관련되는 사항들보다 우선이라는 명목으로 임기응변식으로 이루어진다. 도청과 도청 장치에 대한 여러 규제가 실제적으로는 임기응변식이고 일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규제마저도 규제되어야 할 행동과 수법을 정확하게 기술할 자격 규정을 앞지르게 된 기술 발달로 인하여 점차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도청 규제는, 한 전선 위에 그 전선을 통과하는 육성 통신 내용을 청위하고 기록할 물리적 실제 '도청 장치'를 전제로 한다.
전통적으로 도청기란, 벽 안에 은밀히 설치되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녹음하기 위하여 누군가가 몰래 휴대하는 마이크로폰처럼, 의심하지 않는 주인에게 비밀리에 설치해 놓은 물체로 이해된다. 물론 이런 형태의 구식 도청은 대규모로 계속된다. 그러나 이제 향상된 첨단 도청 기술은 비교적 적절한 액수의 돈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아주 정교하고, 감도가 상당히 좋은 위장된 청취 장비나 녹음 장비를 구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 이상 도청이 FBI나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마약단속기구)의 특권은 아니다.
--- pp.168-169
20세기에는 이처럼 권력에 대한 악몽 같은 묘사가 빈번하였다. 권력에 대한 악몽 같은 묘사는 정치적 상상력이 발동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전체주의 권력에서 굉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것은 21세기의 현실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인 면에서의 극심한 변화들(변화는 전부는 결코 아니지만, 일부는 소위 말하는 정보 혁명의 자장에 놓여질 수 있다)은 이러한 환상을 철저히 그릇된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동시대의 세계를 좀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설명할 권력에 대한 새로운 묘사가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 나는 이러한 변화들의 일부와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해서 권력에 대해 좀더 정확한 묘사가 되기 시작하는지를 설명한다. 가장 폭넓은 붓놀림으로, 나는 '감시 국가'로부터 '감시 사회'로의 변천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뚜렷한 차이점은 단순한 형식적인 것만은 아니다. 감시 사회는 굉장히 다른 형태의 권력 복합체를 의미히며, 바로 이전 과거의 국가 중심 감시 권력이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권위, 문화, 사회, 정치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 pp.58-59
1998년 초에 이런 보고가 있었다. 가장 네트워크화된 작전으로, (사파티스타 반군 혹은 EZLN) 지지자들은 멕시코 정부의 웹사이트에 해킹해 들어가서 반군 혁명지도자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사진으로 사이트를 뒤덮어버렸다. 반군 메시지의 일부는 재정부의 홈페이지에 실렸는데, 그 문구는 '우리는 독재자,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었다. 사파티스타 반군의 해킹은 '최초의 인터넷 게릴라 작전'으로 평가된다. 이 작전은 멋진 상징적 내용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실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작전은 멕시코 정부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반대하는 농민 반란을 수행하는 동안에 세계적 규모의 (인터넷, 텔레비전 등을 이용하여) 네트워크로 접속할 수 있는 놀랄 만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파티스타 반군이 개설한 세계적 통신망은 멕시코 정부로 하여금 종전의 대량 진압 방식으로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게 하여, 흔히 볼 수 없는 협상이란 대안을 급히 택하게 하였다. 캐스텔즈가 설명하듯이 '실전'은 그들의 전략이 아니었다. 사파티스타 반군은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무기를 사용했으며, 협상을 강요하고 수많은 타당한 요구사항을 제안하기 위하여 세계의 미디어 앞에서 자신들의 희생 가능성을 내세웠으며, 실제로 여론조사가 보여주듯이 멕시코 사회의 저반적인 지지를 얻었다…….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