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Archaeology이란 말은 근원? 기원을 뜻하는 어원인 아르케archae와 보편적 원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를 합친 용어이다. 이렇듯 고고학은 ‘인간의 근원을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고고학의 연구대상이 ‘아르케’인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아르케는 헬라어로 ‘처음, 시초’를 의미하며, 고대 철학에서는 ‘원리, 원인’이라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만물과 만상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르케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고고학의 진정한 목적을 규정할 수 있다. 고고학의 연구의 일반적인 목적이 과거사의 복원에 있다고 한다면, 그 궁극적인 목적은 그런 과거사의 복원을 토대로 인간의 기원과 정체성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고갱이 던진 질문, 아니 숱한 인문학자ㆍ철학자ㆍ종교인 등이 던진 질문, 즉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물질적ㆍ실질적 대답을 줄 수 있는 학문이 고고학이 아닌가 감히 단언해 본다.” --- p.5
“영화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모험심 강한 고고학자이면서 보물사냥꾼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일반대중에게 고고학자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이미지화 되어있다. 그런데 고고학자는 보물사냥꾼도 아니며 인디아나 존스처럼 슈퍼맨도 아니다. 그리고 고고학 조사 자체가 스릴 넘치는 모험적 행위도 아니다. 물론 고고학자는 인디아나 존스처럼 남성미 넘치는 바람둥이도 아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고고학은 엄정한 과학으로, 진정한 고고학자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자연과학적 기본 지식도 겸비해야만 한다. 고고학자의 발굴 작업은 정말 지리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연속이며, 격정과 억셈보다는 차분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리고 고고학자의 작업은 현장조사보다는 실내에서의 정리, 복원, 분류, 분석 등의 작업이 더 중요하고 더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같은 터프가이보다는 ‘샌님’이 더 고고학자의 기질에 적합하다. 또한 들로 산으로 쏘다니길 좋아하는 성격보다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더 고고학을 잘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고학 자체가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고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요구되는 학문이며 인접학문의 연구성과를 끊임없이 수혈하여 고고학 자료에 접목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 p.196
“저자는 대표적인 고고학 저술가이다. 그리고 문화적 표현력이 뛰어나고 대단한 글발을 가졌다. 글 곳곳에 재치 넘치는 조크, 정곡을 찌르는 독설, 빼어난 은유적 표현 등이 적잖게 있어 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대중화’를 느낄 수 있는 격조 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 출판된 고고학입문서 중에서는 가장 흥미롭고 영양가 있는 책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읽을수록 제 맛이 나고, 무게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참고로 필자는 3독을 했고, 읽을수록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게 되었으며, 현재 나의 학문적 태도를 반성하고 어떤 고고학을 해야 하는가를 성찰하게 되었다. 이에 이 책은 고고학 입문자와 매니어뿐만 아니라 고고학에 깊숙이 발을 담근 ‘선수’들도 읽을 만하고 또 읽어야 할 책이다. ”
--- p.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