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32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1986126
ISBN10	894198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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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해인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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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주전자에서 물이 끓고 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처럼 뜨거운 음악으로 끓고 있다. 당신의 영혼에 부딪쳐 떨어지는 내 고뇌의 물방울처럼 뜨거운 언어로 끓고 있다. 당신과 내가 서로를 아끼다 부딪치는 순결한 싸움처럼 시시로 신음하며 물이 끓고 있다.

--- p. 48

몇달 전에 나는 하나밖에 없는 내 여동생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날따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조카 태균이의 투정과 심술이 심했읍니다. 참다 못한 아이 엄마는 회초리까지 들고 와서 속히 마음을 바로잡도록 타일렀읍니다. 제 엄마가 정색을 하고 다그치는 게 두려웠던지 아이는 곧 잘못했다고 빌었고, 아이 엄마는 몇 번이나 "그래? 이제 정말 좋은 마음 되었지? 그렇지?" 하며 다짐을 받았읍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내 밝게 웃으며 잘 노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는 일이 나는 대견하고 흐뭇했읍니다. 제 엄마의 말대로 그애는 좋은 마음, 선한 마음을 다시 찾았기에 활짝 즐겁게 웃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사랑, 친절, 이해, 용서 등의 좋은 마음을 갖고 싶어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움, 분노, 원망, 시기 등의 나쁜 마음에 떨어질 때도 많음을 우리는 각자의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읍니다.

--- p.186

극히 사소한 일들도 잠을 설치며 괴로와하거나 눈물을 흘린 날들도 있었으며, 수련의 과정에서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 성인상'에 들어맞지 않는 나 자신과, 또한 함께 사는 이들의 불완전한 모습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다. '이렇게 발전이 없을 바에야 수도원에서의 날들은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종종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되는 시간들조차도 결코 헛된 것은 아님을 깨달았으며 '내생명의 모든 순간을 잡아주시는' 생명의 주인이신 분께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겸손한 기도란 아직도 믿음이 부족한 약점투성이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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