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강을 벗 삼아 평온히 머물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린 성 필립보 생태마을을 이끌며 나라 안팎에서 행복, 소통, 생명 등에 대한 강의를 하는 황창연 신부님은 경남 지리산에서 태어나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품을 받고 종교철학과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rn한국문인협회 회원과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사는 맛 사는 멋」·「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왜 우리는 통하지 않을까?」를 펴냈다. 음반으로는 황창연 신부의 행복 강의 시리즈로 <화가 나십니까?>·<성당에 왜 다니십니까?>·<말말말>이 있다.rn
말은 습관이다. 평소 말을 곱게 하는 사람은 자다가도 말이 곱게 나오고, 입버릇이 비판과 냉소로 일관하는 사람은 좋은 말을 할지라도 듣는 사람 기분을 어쩐지 씁쓸하게 한다. 인간에게 말은 곧 생명이다. 따뜻하고 풍성한 말은 힘찬 생명력을 전파하며 세상을 향기롭게 만든다. --- p.24~25
밥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향긋한 누룩이 되고, 짜증 난다고 말하면 썩은 냄새가 나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부부는 나이를 먹을수록 표정이 편안하고 향기가 난다. --- p.44
자녀는 부모에게 맡겨진 겨자씨와 같다. 행복하고 기쁨이 솟아나게 하는 긍정적인 언어로 부모가 자녀를 기르면 온갖 새들이 와서 깃드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 p.48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된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으면 내일 후회하는 게 인생이다. 젊은 날 의미 있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 아무리 후회한들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64쪽 뿌려진 채소 씨는 밭에 1년밖에 못 살지만, 사람 마음 밭에 뿌려진 좋은 말씨는 평생 자란다. 특히 어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축복이 깃든 말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선생님, 성직자, 정치인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p.69
자식을 빛나게 하고 싶다면 부드럽고 따듯한 말씨를 뿌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큰 빛이 될 것이다. 내 입에서 떠난 좋은 말은 자녀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이웃에게 도움 되고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꾼으로 자라는 씨앗이 된다. 모든 말 속에 말씨가 박혀 있음을 깨닫는다면 한마디 말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다. --- p.71
목소리는 타고난다 하지만 말하는 훈련에 따라 말을 담는 그릇을 바꿀 수 있다. 단어가 가진 의미를 곱씹으면서 대화하거나 강의하면 모든 사람의 눈과 귀가 나를 향해 있음을 느낀다. 표정을 밝게 하고 따뜻한 마음을 품고 겸손한 자세로 말하면 훨씬 감칠맛 나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벌이 이슬을 먹으면 꿀이 되고, 뱀이 이슬을 먹으면 독이 되듯 말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꿀도 되고 독도 된다. --- p.82
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자기 안에 있는 진실이 뭔지 모르게 된다. 끊임없이 말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지만 도대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거나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인간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 처지를 알아달라고 수많은 변명과 애원을 하기보다 침묵 속에 머무는 편이 훨씬 자유롭고 평화를 누릴 수 있다. --- p.106
들어줄 때는 판단하지 말고 결정해 주지 말고, 해결책도 굳이 제시할 필요가 없다. 그저 고개를 어지러울 정도로 끄덕여 주기만 하면 된다. 귀가 두 개 있고 입이 하나 있는 것은, 듣기는 두 배로 하고 말하기는 반만 하라는 하느님의 뜻이다. 대화의 질서는 끼어들기 때문에 무너진다. 비록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상대방이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주어야 한다. 들을 때, 지혜의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