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서 극본 수업을 받았고, 푸른 잉크 동화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으며,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림책에 담고 싶어 꼭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삼일절이나 광복절을 그저 공휴일로만 여기는 것이 안타까워 역사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장편동화 『황금 계단』은 작가의 그런 뜻을 담은 첫 작품이다.
“글공부를 열심히 해야 출세도 하고 돈도 많이 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어찌 서당을 그만두라 하십니까?” “그깟 한자, 백날 공부해 봐야 우리가 양반이 될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영어만 할 줄 알면 상민이 하루아침에 양반이 되는 세상이 왔단 말이다.” “창호네 아버지처럼요?” “그래. 게다가 서양 의사 알렌의 통역사 이하영도 원래는 상민이었는데 영어 하나로 졸지에 종6품의 벼슬을 받았다더라. 양인들은 몰려오는데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조금만 할 줄 알아도 높은 관직을 받을 수 있다, 이 말이야.” -16~17쪽
만석이 교실을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도 나무 꼬챙이로 꼼틀꼼틀 글씨를 쓰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전날 등원하여 이것저것 설명을 들은 모양이었다. 만석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필통에서 연필 한 자루를 꺼냈다. ‘이것이 연필이라는 물건이었군. 먹물을 묻히지 않아도 글씨가 나오다니, 참으로 놀랍다!’ -46쪽
“양반이 어찌 작은 공 하나를 쫓아 헐레벌떡 뛰어다닌단 말인가?” “그런 일은 아랫것들에게 시키면 되지.” 체조를 시키면 다리를 쩍 벌리는 일이 상스럽다고 따라하지 않는 학생이 태반이었고, 축구를 가르쳐 놓아도 뒷짐을 지고 한가롭게 걸어 다니다가 가끔씩 먼 산을 바라보며 공을 툭 차는 정도였다. -79쪽
“조선에도 곧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 올 거야. 그때가 되면 양반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질 거야.” “…….” “나는 만석이 양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으면 좋겠어.” 헐버트의 말에 만석은 향원지에서 결심했던 것을 떠올렸다. “저는 선생님 말씀처럼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만석,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거야. 견문이 넓어지고 생각이 깊어지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깨닫는 순간이 오거든.” -149~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