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Wilhelm Meyer-Foerster는 1862년에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났다. 원래 사관학교에 진학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그 꿈은 무산되었다. 그는 라이프치히, 베를린, 뮌헨, 빈 대학을 돌며 법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졸업 후 곧장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3세에 처녀작 ?작센 지역 사람들Saxo-Saxonen?을 발표한 후로 1898년의 [황태자의 첫사랑Karl Heinrich]을 포함해 몇 권의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드라마로 각색한 [황태자의 첫사랑Alt-Heidelberg]이 1901년의 초연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그 다음 해에 부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2년 후에는 자신도 시력을 잃고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1934년에 불행한 삶을 마감했다.
역자 : 염정용
염정용은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수학했으며, 서울대 강사 등을 거쳐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홀로 맞는 죽음],[술꾼] 등 40여 권이 있다.
그때 옆 골목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고, 빽빽하게 무리 지은 사람들이 골목에서 큰길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자 공기는 연기로 가득 찼다. 트럼펫을 요란하게 울려 대며 수백 개의 횃불을 든 대학생 행렬이 태자 앞을 지나갔다. 그들은 늘 두 줄씩 열을 지어 걸어갔는데, 양쪽으로 횃불을 든 사람이 각각 두 명씩 따라붙었다. 모두가 창문마다 붙어 서서 내다보고 있는 처녀들을 향해 흥겨운 표정으로 웃음 짓고 있었다. --- p.28
그녀는 아직도 빈 맥주잔을 손에 들고 있어서 어떤 말을, 어쩌면 그를 나무라는 어떤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바로 아래에 백여 개의 색색의 모자들과 웃음 짓는 얼굴들,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백여 개의 잔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녀는 웃었다 ? 웃고 또 웃었다. --- p.99
네카 강. 그 강은 실러의 고향인 슈바벤, 울란트가 살던 땅 호엔슈타우펜 왕조 령의 슈바벤에서부터 흘러나온다. 강은 오래된 요새인 튀빙엔을 지나 로이틀링을 끼고 돌아 슈투트가르트 쪽으로 흐르다가 하일브론을 가로지르고 유서 깊은 베를리힝엔 성채를 지나면서 구석구석 추억과 시문이 살아 숨 쉬는 땅을 지나온다. 그렇게 거친 후에 마침내 네카 강은 하이델베르크에 도달해 넓고 평탄한 라인 평지로 빠져나간다. 네카 강은 지리부도가 보여주듯이 만하임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이곳 하이델베르크에서 끝난다. 독일의 다른 강들과는 전혀 달리 그 강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화의 찬란함 속에서 끝나는 것이다. --- p.68
“사랑하는 카를 하인츠, 넌 허비하고 있어. 더구나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말이다. 바로 시간, 청춘이란다! 너도 이곳 하이델베르크에, 너의 친구들 곁에, 그 사랑스러운 케티 곁에서 언제까지나 눌러 지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순식간이고, 그러고 나면 정해진 1년이 지나간단다. 우리가 놓친 시간 하나하나는 지나간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temps perdu(잃어버린 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