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일무이한 ‘재벌 평론가’다. 〈서울신문〉에 1984년 기자로 입사한 후 시사 주간지 〈뉴스피플〉 편집장(〈서울신문〉 발행), 〈서울신문〉 편집국 행정뉴스 부장, 기획취재부 부장, 산업부 부장,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서울신문 STV 대표를 지냈다. 현재 〈에너지경제신문〉 대표로 있다. 또한 한국도시정책학회 이사장,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30년 넘는 언론인 활동 대부분을 재벌 분야에 집중했다. 1988년 〈서울신문〉 기자 때부터 재벌 취재를 시작해 1990년 초 ‘화제의 창업주’를 연재하면서 당시 내로라하는 그룹 회장 대부분을 인터뷰했다. 2005년 〈서울신문〉의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시리즈를 총괄 기획하여 당시 재계는 물론 사회 각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가 나올 때에는 신문 양쪽 전면에 광고가 없었다. 당시 종합지로써는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이 기획 연재물은《재벌가 맥》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조선」에 ‘홍성추의 재벌가 인사이드’를 연재하여 재벌 평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 ‘홍성추의 재벌가 인사이드’는 10만 명 이상의 독자가 클릭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지금도 재벌 관련 이슈가 터지면 신문, 방송 등 언론사에서 제일 먼저 찾는다.
한보그룹과 대우그룹이 부도날 때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협력회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그룹의 부도가 대외신용도의 급격한 하락까지 불러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불러 일으켰다. 재벌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재벌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위험하기도 한 재벌들이 이제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재벌 2세에서 3세로 기업의 승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우려를 떨쳐 버리기 힘들다. 사실 2세로 승계될 때만 해도 이런 우려는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다. 2세는 창업주가 그룹을 일구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만들어왔기에 그룹 총수에 오른 후에도 별 탈 없이 잘 이끌 것이라는 신뢰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재벌 3세는 다르다. 2세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도련님’, ‘아가씨’ 소리를 듣고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다. 또한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재벌가 자제로서 권리는 누렸으나 보여줘야 할 경영 실적은 아직 소식이 없다. 한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5개 주요 그룹의 재벌 3세 중 28명은 평균 27.8세에 입사해서 불과 31.2세에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입사부터 임원 선임까지 불과 3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때까지 22년 이상 걸린 것을 생각하면 재벌 3세는 입사하자마자 임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다.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되고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 말을 해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말 한마디면 자신의 목을 칠 수 있는 오너의 자제에게 직언을 할 임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재벌 3세가 그룹의 총수가 되었을 때 그룹이 지금과 같은, 아니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서경배 회장 못지않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식 부자가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바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후계자이며 우리나라 20대 주식 부자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정 씨다(서경배 회장은 아들 없이 딸만 둘이다). 현재 미국 코넬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다니고 있는 서민정 씨는 다른 재벌 2세의 딸이 예술이나 디자인 분야를 전공한 것과 달리 정통 경영학도로 알려져 있다. 서민정 씨가 다니고 있는 컨설팅회사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 등이 거쳐 간 경영사관학교로 알려져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서민정 씨는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를 포함해) 4000억 원 이상의 주식 자산가로 알려졌는데 어렸을 때부터 꾸준하게 지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외할아버지인 농심그룹의 신춘호 회장에게도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받았다. 친가, 외가 모두에게서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 서경배 회장이 상대적으로 젊고 활기 있게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공식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승계에 관심이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여성 경영인의 재등장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민정 씨의 증조할머니인 고(故) 윤독정 여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서민정 씨가 경영권을 승계 받으면 3세대 만에 여성 경영인이 재등장하게 되니 한국 재벌 역사상 특이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공멸’에는 어깨를 맞대고 있던 두 사람이나 세 사람 모두 함께 무너지고 망한다는 의미가 있다.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그룹을 세운 창업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재산이 흩어지고 경영권이 약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갈수록 챙겨야 할 머릿수가 많아지니 그 머릿수대로 나눠주다 보면 그룹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주는 2세가 여러 명이라고 해도 되도록 장남에게 우선적으로 물려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른 형제자매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사회 통념상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3세 때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3세 때가 되면 창업주가 2세에 물려줄 때보다 챙길 머리가 훨씬 많아진다. 또한 그동안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차남이나 딸들이 자신의 상속 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에 따른 소송과 분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재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차선책으로 장남에게 그룹의 주력 기업을 우선 주려고 해도 둘째와 셋째가 가만히 물러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재산만 물려받으면 불만이 없을 줄 알았던 딸들도 기업을 운영하겠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소외되었던 임원들이 각각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결되는 (현 회장의) 형제자매들에게 달라붙으니 싸움이 점점 커진다. 그야말로 그룹의 기초부터 흔들리는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승자 없는 소송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면 이후부터 그룹은 제대로 경영되기 힘들어진다. 그 사이 경쟁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해도 가족 간 다툼으로 신경을 쓰지 못하면서 그룹의 경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한 번 약해진 경쟁력은 다시 회복되기 힘들다. 가족 간 다툼이 끝나기도 전에 그룹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