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은 오래된 앨범 속 어린 나의 사진을 보듯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금도 서점에 가면 그림동화를 즐겨 보곤 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동화를 그리게 되어 행복한 시간여행을 하며 무척이나 즐거웠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이 동화를 보며 행복한 에너지를 가득 얻길 바랍니다.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꿈이랍니다. 멋지죠? 하하!
나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아이들과 내가 다른 것 같아 좀 속상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제주도에 있는 것 같고 난 서울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을 나 혼자 모르니 소외감도 느껴지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좀 신경이 쓰였다. 내가 제주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랍스터가 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되는 게 싫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흥분해서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기분 나쁘다. 흥. --- p.18
어떻게 하지? 오빠나 아빠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안 먹어 본 것을 먹어 봤다고 말하는 것이랑, 안 가 본 곳을 가 봤다고 말하는 것이랑은 좀 다른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거짓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오해를 한 것 뿐이다. 물론 오해를 풀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중략) 이상하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아빠랑 오빠한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날 부러워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 나는 특별한 아이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근사한 오빠가 있고, 멋진 아빠가 있는. --- p.43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늘 아이들을 우리 집에 초대한 건 엄마가 빵집 사장님이라고 했던 거짓말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는 바람에 오빠에 대해 한 거짓말이 들통나게 생긴 것이다. 나는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일 분 일 초가 십 년처럼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 p.62
창이 안 보이니까 진짜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어, 그런데 가만 보니까 새로 도배한 부분이 꼭 천장 한 가운데 생긴 얼룩 같다. 얼룩. 아저씨 대신 적은 돈을 받고 제대로 된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아저씨는 결국 천장에 얼룩을 만들게 했다. 아저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공사를 했더라면 저런 얼룩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 만약 나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니 내 마음에도 얼룩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