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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짐승과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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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짐승과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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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130*190*35mm
ISBN13 9788929823764
ISBN10 892982376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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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희경
출간작으로『그곳 사막엔 비가 내렸다』,『그는 그녀를 꿈꾼다』,『그녀에게 사로잡히다』,『파랑공주』,『모조, MOJO』,『11074km』,『비밀 연애』,『닥터 지킬 앤 하이드』,『더 하우스(THE HOUSE)』,『목적 투자에 대한 상세 보고서』,『케냐 탑 아이보리』,그 외 E-book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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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합시다.
순간, 윤희는 자신이 지금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사전적 의미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지금 결혼하자고 말하는 남자와는 연애는커녕 밥 한 끼 제대로 먹은 적조차 없었다. 소위 말하는 그렇고 그런 관계도 아니었다. 손 한 번 잡은 적 없는, 어쩌면 낯선 타인이나 다름없는 남자였다. 접점이라고는 몇 번의 사업적인 미팅과 업무 때문에 했던 전화 통화가 전부였다. 두 사람 모두 그들만의 리그에서 열리는 맞선 시장에 등판된 미혼 남녀로, 얼마 전에는 그에 대한 모든 이력 사항을 이 바닥에서 유명한 결혼 매니저를 통해서 전달받기는 했다. 그러나 그 서류조차 책상 서랍에 처박듯이 넣어 둔 상태였다. 물론 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은 적 있고 업계에서도 워낙에 유명한 인사라 기본적인 인적 사항만큼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윤희는 그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저기, 최강준 부사장님? 지금 어디에 전화하셨습니까?”
-서윤희.
그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불린 순간, 뭔가 묘하도록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에 감기는 자신의 이름이 리듬을 타고 들리는 착각이 들 만큼 듣기 좋은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를 일이었다.
“저기, 우리가 제대로 만난 적이 있던가요?”
-이제부터 제대로 만납시다.
“아니, 마주 보고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신 적도 없잖아요?”
-앞으로 마실 일이 많을 겁니다.
“지금 제 말뜻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합니까? 이미 그쪽도 나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서면으로 보고받지 않았습니까? 저 또한 그쪽, 서윤희 씨에 대한 통계적인 데이터부터 시작해서 그동안의 행적이 빠짐없이 기재된 보고서가 제 책상 위에 있습니다.
원래 이 바닥에서는 그들에게 걸맞은 짝을 만나기 위해 서로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사업적인 결혼 또는 협약에 의한 연애도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사랑 없이 배우자를 사업적상 파트너 같은 관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아.”
-지금 그쪽도 나도 사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법적 이름이 사적으로 필요할 때입니다. 아마 그쪽 사정도 나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을 텐데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미팅이라는 게 어떤 가능성과 계획을 맞추고 타진하기 위해서 생긴 장치 아닙니까? 비즈니스든 사적이든, 지금 저와 서윤희 씨에게 필요한 사항인 것 같습니다.
“…….”
윤희는 아무 말 없이 이런저런 실리적 계산을 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묘하게 그에게 설득당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녀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 없는 유용한 제안이긴 했다.
-서윤희 씨,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까?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마디가 나온 순간, 윤희의 머릿속에서는 이 결혼으로 그녀가 얻게 될 이익 데이터가 빠르게 계산되고 있었다. 이미 회사에서의 입지와 더불어 집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녀에게 불리할 정도로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태였다. 물론 이익의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지만 그의 제안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일단 만나죠, 우리.”
윤희가 단조로우면서 감정이 털끝만큼도 묻어나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업무 끝나고 저녁 7시 컨비니언스 호텔 1층 프라이빗 룸에서 봅시다.
“어? 거긴 회원제잖아요? 저는 회원이 아닌데요?”
-제 이름으로 예약해 놓겠습니다. 출입문 앞에서 매니저에게 말씀하세요. 그럼.
오로지 목적을 위한 전화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뚜’ 하는 단절의 신호음이 윤희의 차가운 이성을 깨우는 것 같았다. 무엇에 홀린 것 같은, 어쩌면 부드럽고 낮은 상대방의 목소리에 끌리듯이 설득된 것처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하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윤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넓은 책상 위에 툭 던졌다. 냉정하고 항상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감흥 없는 조화(造花) 같다는 말들을 종종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흐드러지게 활짝 핀 꽃 같은 미모로 여러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아름다웠지만, 알고 보면 그 차가움과 냉정함에 질릴 정도로 심장에 피가 돌지 않는 메마른 여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최강준이라는 남자의 전화 한 통에 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윤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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