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똘똘하고 씩씩한 개저녀기. 반촌 골목 뜀박질 또한 누구한테 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다. 하루에도 대여섯 번쯤은 반촌과 성균관을 오가며 심부름을 하는 건 예사다. 그런 개저녀기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첫닭도 울지 않은 꼭두새벽, 어두컴컴한 반촌 골목을 지나 성균관으로 향하는 개저녀기 앞에 나타난 건 바로 그 흔돌이다.
“내가 똑똑히 말했지? 꺼지라고. 다시는 성균관에 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흔돌이가 턱을 삐뚜름하게 치켜들고서 말했다. “네가 뭔데 오라 마라야? 네가 수노님이라도 되냐?” 개저녀기는 흔돌이를 확 떼밀어 버리고 달려 나갔다. 가만 서서 흔돌이의 악다구니를 듣고 있는 것보다는 토끼는 편이 나았다. 아버지는 늘 똥은 피하라 했다. 개저녀기에겐 흔돌이가 더러운 똥이었다. --- p.15-16
반촌 밖에서 태어나 버려졌다가 네 살 때 반촌 사람 덕쇠의 손에 이끌려 이 마을로 들어온 아이가 개저녀기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개저녀기를 반촌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반촌에서 태어나고 자라야만 그 마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저녀기가 이곳에 들어와 지낸 세월이 어언 6년이 지났고, 이제는 어엿한 성균관 직동으로 일하게 되었는데도 개저녀기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어른들이 그러는데 개저녀기를 그냥 두면 세상 거지들이 죄다 반촌으로 몰려올 거래. 비렁뱅이도 반촌에 가면 직동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개저녀기 너, 당장 반촌에서 나가!” “그렇지만 나도…… 반촌에서 자랐어, 너희처럼.” 개저녀기가 가슴을 들썩이며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소잡이 덕쇠가 반촌 밖에서 네 살배기 개저녀기를 데려온 게 벌써 6년 전이었다. “나 다 알아. 어른들한테 들었어. 덕쇠 아저씨가 널 데려온 날 그랬대. 열 살까지만 키우겠다고. 열 살 되면 다시 반촌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개저녀기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성균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성균관은 조선 시대 최고의 교육 기관이에요. 성균관에서 나라의 일꾼이 되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던 유생들과 그들을 돕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던 직동과 수복들이 나오지요. 서 있는 자리는 달라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성균관 사람들을 다 함께 만나 보아요. 배성호 (서울 삼양초등학교 교사,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