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 좀 볼래? 번데기처럼 생긴 이 흉터 좀 보라구! 내가 너만했을 때 생긴 건데 아직도 남아 있어. 그 때는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 몰라.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고, 치기 장난을 하다가도 넘어지고, 달리기하다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었지. 그래서 내 무릎엔 늘 빨간 약이 발라 있었어. 그렇다고 매일 넘어지기만 한 건 아냐. 난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경찰이 되고 싶었거든. 도둑을 잡으려면 도둑보다 빨리 달려야 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경찰보다는 탐정이 되고 싶고, 또 탐정보다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지는 거 있지. 아냐, 아냐.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화가도 되고 싶었어. 이담에 이담에 커서 말야. 난 내 열 손가락이 모자라도록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어.
언젠가 내가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탔는데, 아빠는 나보고 `작가 선생, 작가 선생` 그렇게 불렀어. 외할머니는 말 잘 한다고 아나운서가 되라고 했고, 엄마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지. 이렇게 꿈꾸고 있으면 가만 있어도 자꾸 웃음이 나와. 그래, 난 내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볼 거야.
지금은 아빠의 믿음대로 작가가 되었지만 아직도 내 꿈은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 꿈은 말야,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게 희망을 가져다 줬어. 희망 뒤엔 웃음이 묻어 있고, 웃음 속엔 행복이 숨어 있다고 나는 믿어. 그리고 행복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
너는 오늘 네 꿈을 위해 무엇을 할거니? 날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해 봐. 나처럼 자꾸 넘어져도 일어나야 돼.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밤하늘을 보다가 감기에 걸려도 좋아. 목이 쉬어서 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노래 연습을 한다면 넌 분명히 가수가 될 거야. 화가가 되려면 네가 그린 그림이 온 방안을 가득 덮어야 한다구! 한번쯤 그런 것들을 위해 밤도 새워 보렴.
자, 이제 네가 꿈꿀 차례야.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모두 말해 봐. 이제부터 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는 거야. 네 꿈이 널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리고 그 꿈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하렴. `난 꼭 할 수 있다!` 이렇게 말야.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어도 네가 되고 싶었던 꿈만 잊어버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너는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을 거야. 하느님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귀하게 만든 너에게 꿈을 심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해 나도 많이 노력할게.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도 좋아.
1999년 새 봄
이 미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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