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어린이책 번역작가 과정을 공부하고, 지금은 어린이책 기획과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옮긴 책으로는 『새피의 천사』, 『인디고의 별』, 『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 『거꾸로 가족』 등이 있습니다.
지상에 착륙하는 순간, 모든 게 확실해졌다. 엑스의 계산이 맞고, 엄마가 틀렸다. 엄마는 가족을 태운 우주선이 18세기 프랑스의 베르사유에 착륙할 거라고 계산했다. 엄마는 귀여운 벨벳 신발을 챙겨 신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선 곧바로 달려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시대와 장소를 보곤 나선형으로 둥글게 퍼지는 유럽 풍의 드레스 위로 털썩 주저앉아 욕을 퍼부었다. --- p.7
엑스는 은하수를 지나다 중간에 지구까지 억지로 끌려온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사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집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쿼크는 지구 나이로 다섯 살이 되던 날, 지식은행의 정교수로 지명되었고, 도비스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엑스를 설득해서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다른 어떤 것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엑스는 종종 자신이 능력이 특출한 둘 사이에 끼어 쓸데없이 참견이나 하는 평범한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 p.9
지르곤에서 아빠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아빠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복권에 당첨되는 방법을 알아냈다. 불법이었지만 아빠는 그 방법을 사용해 연달아 스물일곱 번이나 복권에 당첨되었다. 복권을 살 때마다 지르곤을 방문한 외계인의 이름을 빌려 사용했지만 결국 아빠는 정부의 의심을 피하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가 강제 수용소로 끌려갈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엑스네 가족이 숨어 지낼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르곤은 아주 작은 행성이라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관리자’인 엑스는 아빠에게 복권 당첨금으로 중고 우주선을 사 놓으라고 지시했고, 더불어 이웃들에게도 엑스네 가족이 지르곤의 제2 위성에서 잡종영양 목장을 운영하는 헤클라 고모네 집을 방문할 거라고 귀띔해 놓았다. 하지만 엑스네 가족은 헤클라 고모네 위성으로 가는 대신 은하수를 가로지르다가 중간에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엑스네 가족은 자신들이 살던 별 ‘지르곤’에서 도망쳐 지구로 온다. 아빠가 정부의 복권에 스물일곱 번이나 당첨되는 불법을 저질러 정부의 추적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구를 임시 피난처로 선택한 엑스네 가족은 지구인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들키기 않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한다. 하지만 엑스네 가족은 지구의 보통의 가정과는 많이 다르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들을 열두 살 어린 소녀 엑스가 도맡아서 해야만 한다. 실질적으로 엑스가 한 가정의 가장인 셈이다.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늘 도박에 빠져 사는 아빠, 허세 가득한 의상 디자이너 엄마, 무척이나 아름다워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도비스 언니, 다섯 살에 지식은행의 교수로 임명된 엄청난 아이큐의 소유자 남동생 쿼크까지. 이들은 열두 살 어린 소녀 엑스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짐이다. 더욱이 생소한 지구 생활에 거부감을 느끼던 가족들이 도리어 지르곤으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자, 엑스는 무척이나 당황한다. 평범한 또래의 지구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엑스, 하지만 엑스는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아가며 가족들을 이끌고 더 늦기 전에 지르곤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