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접근법의 강점은 파시즘을 20세기 초 사회적 투쟁의 상황과 연결짓는다는 점, 그리고 파시즘을 단지 추상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사회적 작용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접근법을 통해 우리는 파시즘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이해하고, 파시스트들의 혁명적인 언술이 실제로는 더욱 보수적인 무언가를 의미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 p.26~27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대중 정치의 장에서 적들과 싸우기 위해, 급진적 우파는 민족과 국가를 계급이나 종교 위에 두고, 경쟁자를 압박하고, 좌파의 정책을 차용하거나 변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잠재적으로 상호 모순적인 목표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급진적 우파를 이해해야 한다. --- p.68
얼마나 많은 개인이나 운동, 정권을 ‘파시즘’이라는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가는, 파시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우리가 파시즘을 단순히 대중을 조종하려는 욕구, 혹은 독재라고 정의한다면, 상당히 많은 수가 파시즘에 해당할 것이다. 만약 거기에 인종주의, 그리고/혹은 반유대주의라는 기준을 더한다면 해당 범위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어느 한 가지 정의에 합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진정한 파시즘’을 특정한다 해도 그 판단이 결코 단정적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 p.137~138
전간기 파시즘과 현대의 극우 운동 사이에는 실질적인 연속성이 있다(극단적 내셔널리즘과 소수 종족에 대한 차별, 반페미니즘, 반사회주의, 대중주의, 기성의 사회적·정치적 엘리트 세력에 대한 반감, 반자본주의, 반의회주의 등이 그 예다). 둘 사이의 차이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현대의 극우 운동은 대중 동원, 준군사조직적 폭력, 유일 정당 체제를 추구하지 않는다). 대체로 현대의 극우는 민주주의를 전복하기보다는 민주주의에 잠재된 차별의 가능성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것은 현대의 극우가 파시즘보다 ‘덜 악하다’거나 ‘덜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 p.197~198
히틀러는 또한 성매매를 매개로 한 매독 및 유전성 질환의 감염을 통해 유대인이 아리아인을 더럽힌다고 보았다. 여기서 인종 문제에 대한 나치의 우생학적 해결책, 즉 선택적 생식, 부적자에 대한 단종 수술, 건전한 인구집단을 위한 복지 입법 등이 도출되었다. 히틀러는 인종 말살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유대인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단어들(세균, 거머리, 기생충)은 대량 살상을 정당화했다. --- p.207
‘민족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 혹은 인종적 기원이 정치적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은, 사실 약간의 정밀 연구만으로도 금세 허물어지고 마는 편견일 뿐이다. 파시스트의 과학이라는 것은 편협한 사고를 법칙으로 격상시킨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