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빗으로 머리를 빗다가 머리카락 한 올이 빠졌을 때, 결코 너는 앙앙 울어 대지는 않지? 그렇지만 어디 한번 생각해 보렴!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들 중에 하나라도 슬퍼하지 않았을까? 빠진 머리카락 바로 옆에 사는 이웃 머리카락은 눈물 흘렸을까? 또 그 옆에 사는 머리카락은? 또또 그 옆옆에 사는 머리카락은? 그리고 그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알지 못했던 머리카락들은? 그래, 그 사실을 알기나 했을까? 지구처럼 둥근 네 머리에 사는 수많은 머리카락 중에서 하나가 문득, 빠져 달아났을 때!
내 친구 콩알 얘기를 해 줄까? 그 앤 호루라기 속에 살고 있어. 호루라기가 쉬고 있을 때 들여다보면 정말 콩알만 한 그 녀석은 곤히 잠든 듯 가랑가랑 코 고는 소릴 내고 있지. 그러다가 내가 호루라기를 입에 물면 화들짝 놀라 깨어나는 거야. 그러곤 100미터 달리기 할 준비를 하지. 힘껏 숨을 불어 넣으면 막 뛰기 시작하는데 글쎄, 그 녀석은 한 발도 가지 못해. 그저 제자리에서만 뛸 뿐이지. 조그만 호루라기 뱃속에서 앞에부딪치고뒤에부딪치고옆에부딪치고 다시앞에부딪치고뒤에부딪치고팽글팽글 돌면서 요동을 치는 거야. 그래야 힘찬 호루라기 소리가 나거든. 너무 아파서 콩알이 질러 대는 비명이 바로 그 호루라기 소리냐구? 아냐, 아냐. 슬쩍 물어 보았더니 막 뛰는 게 신 나서 노래하는 거래. 그래도 꽤 아플 텐데…… 내 친구 콩알, 참 기특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