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까? 꼬꼬마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되는 세상.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돈이 없어서’ 결혼과 출산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비단 청년들뿐이랴.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퇴직한 중년의 삶은 막막하기만 하고, 노년층의 빈곤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니, 막막하기만 하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게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데 사소한 평범함 마저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 책을 만난 건 운명일까.
# 언제나 그만 둘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참 매력적인 제목이다. 한국 특유의 비교 문화 속에서 경쟁하고 눈치보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먹고 사는 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을게다. 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건 아니니까. 저자는 잘 살기 위해 다르게 일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모두가 다 이것만이 현실이라고 생각할 때,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다른 현실을 꿈꾸며 그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말이다.
벌이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일쑤다. 하지만 여유로운 삶이 가능한 이유는 돈이란 비교 프레임을 떠나 그들만의 삶의 프레임을 만들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그들은 ‘일=돈’ 혹은 ‘기업=이윤’이란 공식을 거부한다.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오르그닷부터 친환경 룸텐트를 제작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회사 바이맘까지. 이윤보다 일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사람들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는 회사들의 이야기는 가치도 사업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이 땅을 디디며 살아가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 잘 살고 싶다
물론 난 운이 좋게도 책을 벗하면 일하고 있고, 너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친구들에 비하면 그리 힘들지 않게 일하고 있다. 현실이 그리 고달프진 않지만 이따금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리라. 책을 덮고 ‘애쓰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힘들어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은 삶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그런 삶. 저마다 가고자 하는 길은 다르지만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여럿이 함께, 잘 살고 싶다.
공부를 하면서 우리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심에서 시작했던 우리의 공부는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왜 누군가는 일상적인 야근에 시달리고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살하기도 하나? 왜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 아니라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한 주주란 말인가? 한편으로는 책에 소개된 협동조합 사례를 보며, 이미 이런 실험을 하는 곳이 있고 꽤 오랫동안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가슴이 뛰었다. 많은 협동조합이 단단한 역사를 쌓으며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분야도 농업이나 수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의 원리로 불가능할 게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새삼 그래서 공부가 필요함을 실감했다. ---「나의 실험 01. 회사에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다: 협동조합 스터디」중에서
삶의 출구를 찾으려고 공부하는 것 같아요. 공동체 생활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니까, 매 순간이 공부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만났다 01. 남산강학원+감이당」
우리는 개인의 공간이 존중되는 개인들의 공동체를 원해요.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으로 적게 벌어도 굶어 죽지 않고 잘 사는 삶의 다양한 유형들이 나와야 해요. ---「그래서 만났다 02. 롤링다이스」중에서
적당히 잘 살기 위해선 고도화된 전문기술이 아니라 적당~기술이 필요해요 가까운 친구들과 궁리하는 것이 우리가 일을 만들어가는 방식! ---「그래서 만났다 03. 십년후연구소」중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바로 시장, 그곳에서 만남을 직조하는 것이 곧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길이죠. ---「그래서 만났다 04. 마르쉐친구들」중에서
일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회사 안에서부터 즐거운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요. ---「그래서 만났다 05. 오르그닷」중에서
일은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연관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도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만들어갈 수 있어서 이 일을 사랑해요. ---「그래서 만났다 06. 바이맘」중에서
불편함보다 안정감이 더 크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소비를 줄이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만났다 07. 우동사」중에서
대안이라고 하면 그게 정답인 것처럼 느껴지고 모두 그걸 향해 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아니죠. 각자 다른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