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 「실험일지」 당선으로 등단,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한국문인협회 의왕시지부 부지부장 역임, 컴퓨터 프로그래머, 심리상담지도사, 저서 『몸값 800원』 『롯의 딸』(전3권) 『돌을 연주하는 사람』, 『어머니의 죽음』 『마을의 나무들은 상처가 많다』, 『오늘의 저편』(2012.1.2.?12.27. 경남일보 연재) 등, 현재 경남 진주 아이랜드 어린이집 원장.
올해로 고향인 진주로 가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한 지 9년째로 접어들었다. 흔히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지나고 보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의 강산은 주제 없이 수십 번도 더 오락가락했다. 우리 나이로 0세부터 7세까지의 영·유아들을 돌보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표현해도 여한이 남을 정도였다. 매일 거의 쏟아지다시피 하는 시군구의 문서제출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매년 바뀌는 제도를 따라잡기도 벅찼을 뿐 아니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담당이 있는가 하면 안내책자를 찾아보라는 식으로 훈계하는 이도 있어서 스스로 무안하기도 했다. 책 페이지를 넘겨볼 시간 있었으면 왜 바쁜 사람에게 전화했겠느냐는 맥없는 반문도 목구멍으로 구겨 넣어야 했다. 아동학대니 차량사고니 하는 아이들 문제를 두고 매스컴에서 떠들어댈 때마다 모든 어린이집을 색안경 끼고 노려보기 일쑤여서 도무지 삭일 수 없는 울화가 가슴에 멍울져 맺히기도 했다. 개인적인 사정을 앞세워 학기 중에 너무 쉽게 아이들 곁을 떠나는 교사를 볼 때는 기가 막히다 못해 달랠 길 없는 분노가 정수리 위까지 뻗치고는 했다. 큰아이를 보내면서 작은아이는 그냥 끼워달라고 하는 영세민 학부형이 있는가 하면, 그냥 올려놓고 집에서 받는 양육수당보다 조금 더 달라고 손 벌리는 학부형도 있었다. 흙 파서 아이들 먹이고, 안전하게 모시러 다니고, 교사들 월급 주는 줄 아느냐고 하는 반감 깊은 호소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긴다고 할까봐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했다. 티 없는 아이들의 웃음 속엔 언제나 멋모르는 희망이 있었다. 마음의 강산이 주제 없이 흔들리고 있었을 때, 불현듯 아이들의 그 희망에 편승되어 있는 좀 괜찮은 자신을 발견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시군구의 담당이 더 많았으며 어린이집의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기 옷을 벗어 아이를 감싸 안는 교사가 더 많았으며 아이한테 내일을 심어주는 학부형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것들이 내 마음의 강산을 어린이집으로 꼭 붙잡아주었을까.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내 생의 에너지가 다 하는 날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을. 끝으로 책 속에서 전개되는 갖가지의 사건들은 어린이집에서 발생되는 실재의 일들을 작품으로 재구성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