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사회학적 관점에서 편집자를 본다고 하는 것은, 편집을 직업이라고 하는 일상적 활동으로서 수행하고 있는 편집자가 지닌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검토하고, 그들의 직업 활동의 성격을 밝히며, 그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니다. 편집자의 활동을 직업 활동으로 이해하고, 그 활동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출판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전문직’이라고 하는 직업 개념에 주목, ‘전문직의 사회학’이란 관점에서 일본의 편집자론을 구성해 보고자 한 시도라 할 수 있다.
--- '서론 편집자란 무엇인가?' 중에서

편집자의 격려, 위로, 협력은 저자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저자는 편집 안에서 ‘첫 번째 독자’를 만난다. …편집자는 저작자의 창조 행위에 내면적으로, 실질적으로 참가한다. …비록 그 기능이 저작자의 창조 행위의 그늘에 가려 그 안에 흡수되는 형태라 하더라도, 기획에서 집필 완료에 이르는 저자 대(對) 편집자의 미묘한 관계… 상호 침투적인 관계는 지금까지 공표된 편집자의 자전적 기록, 체험기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 편집자의 등장<br/>1933년 분게이슌쥬샤는 입사시험을 도입했다. 3명을 채용하려 했으나 700명이 몰려들었다. 10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25명. 2차 면접까지 통과한 사람은 6명. 출판사는 애초의 계획을 철회하고 그들을 모두 채용했다. 현대의 출판편집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때부터 편집자의 일은 하나의 독립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었다.<br/><br/>책을 좋아하면 편집자가 될 수 있을까?<br/>출판이란 책을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업으로서의 출판은 매우 고되고 힘든 일이다. 광범위한 지식과 수준 높은 능률은 필수적이다. 직업사회학적 관점에서 편집자를 본다는 것은, 편집자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검토하고, 직업활동의 성격을 밝히며, 직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전문직’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일본의 편집자론을 재구성한다. <br/><br/>축제의 사제일 것, 변모하고 이동할 것<br/>이상적인 편집자는 조직자이어야 한다. 편집자란 집필자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매개가 되어야 할 뿐 아니라, 독자와 집필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는 매개가 되어 그 결절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인류학자 야마구치 마사오는 편집자를 이렇게 표현한다. 중개자(mediator)일 것, 지적으로 열려 있을 것, 실행자(performer)일 것, 활자매체를 초월할 것, 축제의 사제일 것, 변모하고 이동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