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께서 이 시간에 어인 일로 안채에 드시옵니까?"
"부인께 긴히 상의할 말이 있어 왔소이다."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찬성사 연사중은 다망한 공사로 요즘와서는 부인의 내실에 자주 들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입궐하기 전에 내실에 먼저 들렀으니, 부인으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대감, 무슨 말씀이신지 해 보시지요?"
"국향이에 대한 이야기요. 이미 나이도 꽉찼으니, 마침 마땅한 흔처가 있는데, 부인 생각은 어떻소?"
"대감께서 알아서 잘 하시는 일인데 , 신첩으로서는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 같사옵니다. 하긴 신첩도 그애 혼사문제 때문에 걱정이 되어 사방으로 혼처를 알아 보았지만 어디 그애가 말을 들어야 말이지요."
"말을 듣지 않다니, 제까짓게 무얼 안다고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요?" "누가 아니랍니까? 하지만 혼인이란 평생을 같이 할 배필을 선택하는 인생대사이옵니다. 본인이 싫다는 걸 억지로 보낼 수는 없지요."
"그렇기는 하오만, 나도 한 군데 알아본 곳이 있는데, 생각 조 해 봐야겠구려!."
연사종은 말을 던져만 놓고 내실을 나갔다.
대청 마루 앞에는 사인교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타고 대궐을 향했다.
연사종이 함경도 감사로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행차하는 길에 십여 세 된 계집아이를 길가에서 발견했다. 옷차림이 너무 남루하여 연감사는 그 계집아이를 측은하게 여겼다. 그러나 남루한 옷차림과는 달리 얼굴은 아주 예쁘게 생겼고, 반짝이는 눈빛에는 총기가 넘치고 있었으므로 연감사는 그 계집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잔심부름을 시키리로 했다. 이때부터 국향은 연감사 집안의 몸종으로 들어앉게 되었던 것이다. 연감사는 한 점의 혈육도 없는 그 계집아이를 친딸처럼 아끼고 귀여워했다.
--- pp.205~206
"대감께서 이 시간에 어인 일로 안채에 드시옵니까?"
"부인께 긴히 상의할 말이 있어 왔소이다."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찬성사 연사중은 다망한 공사로 요즘와서는 부인의 내실에 자주 들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입궐하기 전에 내실에 먼저 들렀으니, 부인으로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대감, 무슨 말씀이신지 해 보시지요?"
"국향이에 대한 이야기요. 이미 나이도 꽉찼으니, 마침 마땅한 흔처가 있는데, 부인 생각은 어떻소?"
"대감께서 알아서 잘 하시는 일인데 , 신첩으로서는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 같사옵니다. 하긴 신첩도 그애 혼사문제 때문에 걱정이 되어 사방으로 혼처를 알아 보았지만 어디 그애가 말을 들어야 말이지요."
"말을 듣지 않다니, 제까짓게 무얼 안다고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요?" "누가 아니랍니까? 하지만 혼인이란 평생을 같이 할 배필을 선택하는 인생대사이옵니다. 본인이 싫다는 걸 억지로 보낼 수는 없지요."
"그렇기는 하오만, 나도 한 군데 알아본 곳이 있는데, 생각 조 해 봐야겠구려!."
연사종은 말을 던져만 놓고 내실을 나갔다.
대청 마루 앞에는 사인교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타고 대궐을 향했다.
연사종이 함경도 감사로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행차하는 길에 십여 세 된 계집아이를 길가에서 발견했다. 옷차림이 너무 남루하여 연감사는 그 계집아이를 측은하게 여겼다. 그러나 남루한 옷차림과는 달리 얼굴은 아주 예쁘게 생겼고, 반짝이는 눈빛에는 총기가 넘치고 있었으므로 연감사는 그 계집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잔심부름을 시키리로 했다. 이때부터 국향은 연감사 집안의 몸종으로 들어앉게 되었던 것이다. 연감사는 한 점의 혈육도 없는 그 계집아이를 친딸처럼 아끼고 귀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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