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옛날이야기가 숨어 있는 깊은 산골에서 태어났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까치봉에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속의 온갖 무서운 것들이 숨어 살고 있었다. 귀신, 도깨비, 호랑이, 늑대, 여우 등 엄청 무섭기만 한 그것들은 까치봉에 살면서 할머니가 이야깃주머니만 풀었다 하면 죄다 후다닥 뛰어나와 온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그래서 혼자서는 벌건 대낮에도 까치봉을 넘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밤만 되면 온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무서운 것들 때문에 변소에도 가지 못할 만큼 겁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겁 많은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된 뒤, 어린 시절에 만났던 무서운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벗들인가는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것들은 시도 때도 없이 뛰어나온다. 뛰어나와 재미있고 신기한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처음에는 소설가로 활동하다가 문학동네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 뱃속의 크레파스』『아빠 아빠 아빠』『내 친구 바보 소나무』『깊은 산속 운동회』『초콜릿이 맛없던 날』『고양이가 물어 간 엄마』『세 마녀 밥』『멋지다 얀별 가족』『할머니의 특별한 여행』『진짜 진짜 착한 어린이 상』 등 여러 편의 동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가을을 파는 마법사』는 1학년 2학기 ‘가을’ 교과서 맨 앞부분에 8페이지가 실렸다. 현대소설 신인상, 문학동네 아동문학상, MBC 창작대상을 수상했다.
그림 : 김보영
어린이 그림이 좋아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캐릭터를 생각하고, 그 인물들이 조금씩 움직임을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면 손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하나의 왕궁을 차근차근 짓기 시작한다. 그 왕궁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 왕궁 속에서 작품 속의 인물들이 웃고 떠들며 풀어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그 멋지고 소중한 왕궁 속에 놀러와 재미있게 놀다 가는 상상을 할 때는 더 행복해진다. 그동안 『앞을 못 보는 우리 누나』『내가 얼마큼 소중할까?』『멈춰! 교통 안전을 지켜』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어느 날, 미국에 가 있던 아빠 엄마가 나래의 생일 선물이라며 토미를 데리고 왔다. 생일 선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나래는 자신과 너무 다르게 생긴 토미를 생일 선물이라고 말하는 아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머리카락도 노랗고, 눈은 파랗고, 얼굴은 나래보다 세 배는 하얗고……. 나래는 해바라기처럼 생긴 토미를 동생이라며 잘 보살피라는 부모님이 밉기만 하다. 하지만 그 ‘다름’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함께 하기’였다. 잠도 함께~ 장난도 함께~ 벌서기도 함께 하면서 두 아이는 점차 하나가 되어 갔다. 나래가 토미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만 있으면 됐으니까.
둘은 눈을 감고 서로를 만져 보면서 “우리는 눈도 동그랗고, 코도 동그랗고, 머리도 길잖아. 그러니까 닮았어.” 하고 인정하게 된다. 이제 나래에게 토미의 ‘다름’은 조금도 낯설지 않다. 어느새 토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토미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슬프기만 하다. 그래서 따지듯 소리친다. “가족은 함께 사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