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기술의 지식에 친숙하지 않은 사회학자들에게 로봇 사회학이란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제다. SF영화를 로봇 사회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라는 텍스트를 통해 로봇이 만들어갈 미래 사회를 전망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를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당장 사회학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전략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화, 미래를 말하다” 중에서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분노하며 온갖 욕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속세의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니 인공지능 시대에 서맨사나 일라이저 혹은 알파고를 인격화하고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도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이 인공지능에 이입하는 여러 감정들 중 굳이 사랑이란 감정만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녀」: 인공지능과의 사랑” 중에서
네이선은 에이바 이전에도 연구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다른 인공지능 로봇들의 작동을 정지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에이바의 탈출 역시 끝까지 사력을 다해 막으려고 애썼다. 이런 내용들로 미뤄 볼 때, 인공지능 로봇들이 연구실에서 빠져나가기를 갈망한 것은 개발자가 사전에 입력하지 않았던 돌발 변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인공지능 로봇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만의 욕망을 창출해 낸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 로봇이 입력되지 않은 욕망을 품었다는 것은 결국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엑스 마키나」: 강한 인공지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