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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Y 염색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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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Y 염색체

: 김춘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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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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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9만자, 약 4.4만 단어, A4 약 87쪽?
ISBN13 9788925582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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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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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춘규
여수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중앙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해양문학상을 받았으며, 200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2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받았다.저서로는 소설집 『두 번째 달』과 장편소설 『해적의 바다』가 있다. 더하여 대학 교육 교재인 『현대대중문화와 예술』을 펴냈다. 현재 국립 순천대학교에서 소설 창작과 문학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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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브들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혀온다. 그녀들과 인연을 맺은 날부터 나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이 떨어져 나갔다. 수컷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 돈, 친구들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거세된 아담이 된 것이다. 이브들은 아담 중심의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침팬지의 세계에서 찾을 일이라고 단언한다. 나의 아내인 3번 이브는 더 독종이다. 스스로 훌륭한 수컷이라는 자부심, 성취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남자는 수준 이하로 치부한다.
난 3번 이브에게 주눅 들 때마다 나를 향한 나의 물음을 던진다. 내가 세속적 의미의 출세를 했더라면, 무시할까? --- p.8

“그물을 볼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곤 해. 나는 2번 이브가 던진 그물에 걸려들어 수많은 인생을 뜯겼어. 더 이상 그물에 갇혀 살 수는 없어.”
난 한편으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갑판에 쌓여 있는 그물을 보았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브들의 환영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난 탓인지도 모르겠다. 2번 아담이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난 결심했어. 그물을 다시 던져줄 거야.”
“설마 종신 노역을 벗어날 생각은 아니지요? 만약 그런 거라면…….”
나의 말에 그가 비장하게 눈알을 부라렸다.
“잘 들어. 만약 그녀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독방이 아니라 사형선고를 받을 테니까 조심해야 해.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
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진정, 어느 멋진 곳을 찾아 떠날 생각입니까?” --- p.32

그렇다. 사랑이란 공갈빵과 같다. 독한 마음을 먹고 세게 깨물면 깨져버린다. 그 여파로 가족의 붕괴를 맛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물었다간 자칫 당하기에 십상이다. 한편으론 너무 세게 물면 가족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랑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공갈빵 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깊이 성찰해보면 사랑이란 서로의 공갈빵을 물고 있는 집합체와도 같다. 너무 아프게 물어서도 안 되고 또한 너무 가볍게 물어서도 안 된다. 사랑이란 단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물고 있는 정도까지도 주의해야 하는 공갈빵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 p.63

“더 많은 돈을 원하십니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누굴 놀려요?”
가면마법사는 2번 이브의 날 선 표정을 애써 외면하곤 진지한 눈빛으로 1번 이브의 눈을 응시했다. 그녀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심리전, 거래의 조건, 고객을 구슬리는 법, 청탁과 부탁, 뇌물과 선물의 경계점 등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사업을 하는 위인이다. 가면마법사는 이브들의 리더인 1번 이브를 향해 아랫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질문이 너무 직선적이었나 보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유산은 남편분들과 나누지 않아도 됩니다. 전부 가질 수 있어요.”
3번 이브가 화들짝 놀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봐요.” --- p.76

“난 한 번도 휴식을 취한 적이 없어. 돈 때문이지. 나를 위한 돈벌이가 아닌, 가족을 위한 노예가 되어버렸어.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이젠 지쳤어. 난 돈 버는 기계일 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버려졌으니까. 회사에서도, 가족에게도.”
2번 아담은 입을 헹구곤 조타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켰다. 근육질의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당기기와 밀치기를 주고받았다. 가슴팍이 떡 벌어진 로봇과 인간의 근육질 몸매는 완벽한 체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대방을 내동댕이치거나, 목숨 줄을 움켜쥐거나, 그것도 아니면 붉은 핏물이 튀거나 솟구치게 할 것, 그리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를 것, 그것만이 승자의 덕목이라는 것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그들은 열정적으로 싸움을 벌였다. --- p.92

바다는 지구와 달의 밀고 당기는 힘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 나는 그런 바다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썰물이 지기 시작하면 바다는 차츰 그 바닥을 드러내어 넓고 너른 평원으로 변한다. 수평선 멀리 작은 물갈기를 세운 파도만 아스라이 보일 뿐 눈길이 닿는 곳은 모두 촉촉한 갯벌이다. 발에 밟히는 갯벌은 파도의 문양을 따라 이랑져 있다. 나는 갯벌에 각인된 문양처럼 이브들에게 주눅 들어 산다. 밀물이 들기 시작하고 쉼 없이 갯벌을 갉으며 넘실대는 파도가 바로 이브들의 패악이다. 그녀들은 수시로 들이박고 짠물을 퍼붓는다. 무심한 파도가 갯벌을 덮고 다시 파도가 밀려 나가면 곧 뭍이 된다. 뭍이란 노동의 공간이다. 이래저래 노동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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