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뿌리를 내리고, 봄날의 초목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단지, 그게 다였다. 봄은 없었다.
강선호, [완연한 봄] 중 +PARK KWANG SOO 100-1=0 그런 날이 있었다. 난 참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삶에서 당신을 빼고 나니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더라. 그때 당신이 내 삶의 전부인 걸 알았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너와 함께라서 기뻐…” 영화 [델마와 루이스] 중
+PARK KWANG SOO 우리 그럽시다. 늙어 눈이 어두워져 세상의 모든 것들이 희미해져도, 눈을 맞추며 사랑합시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삽시다. 우리 그럽시다. 늙어 다리에 힘이 없어 지팡이에 의지하며 세상을 걸어도, 하루에 한 번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읍시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평생 그러며 삽시다. 늙어 세상의 것 다 잊어버려도 우리가 사랑했다는, 우리가 사랑한다는 그 마음 잊지 말고 삽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가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중
+PARK KWANG SOO 200자 원고지 몇 칸에 ‘이제 다 잊었다’라고 쓰니, 비워져있는 원고지의 네모 칸마다 당신이 고개를 드밀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당신이 고개 드밀지 못하게 비워져있는 원고지의 칸을 막는다.
네가 웃을 때면 내 중심은 움직인다. 그때의 나는 온전히 너를 위한 배경이고 싶다. 나는 가장 밝은 너를 위한 배경 정도면 된다.
김민준, [계절에서 기다릴게] 중
+PARK KWANG SOO 외국의 어느 뒷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에 둘이 앉아 이름도 처음, 모양도 처음인 음식을 시켰다. 용기 있는 내가 먼저 한 숟가락을 푹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간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머지 하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맛이 어때? 어떤 느낌이야?” 난 대답한다. “처음 먹어보는 맛.”
사랑이 그렇지. 그 오묘함을 말과 글로 상대방이 알 수 있게 정확히 설명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당신도 빠져서 허우적대봐야 겨우 알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