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풍선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2층에서 문이 열렸는데 진하게 화장을 한 누나가 탔어요. 그 누나 손톱에는 검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는데 아주 뾰족했어요. 그렇게 시꺼멓고 긴 손톱은 처음 봐요. 그 손톱에 풍선이 터질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엘리베이터는 다시 5층에서 열렸어요.
이번에는 알록달록 동그라미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가 탔어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밖으로 대바늘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어요. 대바늘이 풍선을 푹 찌를 것 같았어요. 난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몸을 바짝 붙였어요. 빨리 윤지 집에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 문이 자주 열리는지 모르겠어요.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또 열렸어요. 이번에는 뚱뚱한 택배 아저씨가 탔어요. 택배 아저씨는 네모난 상자를 들고 내 앞에 섰어요. 커다란 등짝에 풍선이 눌릴 것만 같아서 나는 까치발을 하고 더 높이 풍선을 들었어요. 점점 까치발로 서 있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풍선이 터질 것 같아서 꾹 참았어요.
그때였어요. 풍선이 점, 점, 점 커지기 시작했어요.
‘어? 왜 이러지? 이러다 풍선이 터지면 안 되는데.’
풍선이 더 커지면 아저씨의 등에 눌려서 터지거나 대바늘, 손톱에 질려서 터질 거예요. 그런데 풍선은 불안한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커지기만 했어요. 달걀만 했던 윤지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커져 버렸어요. 금세 ‘빵’하고 터질 것 같아요.
풍선이 커지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풍선을 노려보았어요. 누나는 풍선을 터뜨려 버리겠다는 듯 여우처럼 손을 올리고, 아주머니도 고슴도치 등에 돋아난 가시처럼 째려보았어요. 뚱뚱한 택배 아저씨는 쥐를 덥석 물어 버리려는 올빼미 같았어요. --- p.14-16
“엄마, 신문지가 꿈틀거려!”
나도, 어른들도 화들짝 놀라 신문지를 쳐다보았어요.
정말 신문지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어요!
어른들은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어요.
“우아, 생쥐인가?”
“생쥐 같지는 않은데…….”
“도둑고양이가 아닐까요?”
“도둑고양이가 저렇게 움직이지는 않아요.”
그런데 꿈틀대던 신문지가 발이라도 달린 것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아……, 뭐가 있긴 있나 봐.”
“누가 수산물 시장에서 꽃게를 사서 가다가 떨어뜨렸나?”
“개구리인지도 몰라요. 아파트 건너편에 습지가 있잖아요.”
그때, 유치원 아이가 미꾸라지처럼 엄마 손에서 빠져나와 신문지 쪽으로 갔어요.
“세빈, 가지 마, 세빈.”
필리핀 아주머니가 소리쳤어요.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어요.
꽃무늬 치마 아주머니는 놀라서 비상벨을 눌렀어요. 요란한 소리가 울리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경비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제야 안심이 되었어요. 하지만 뚱보 형은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말했어요.
“여기에 갇힌 거예요? 경비원 아저씨가 오기 전에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떨어지면 어떡해요. 그럼 우리 모두 죽는 거예요?”
그때 바닥 한가운데에 떡 버티고 있던 신문지가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어요.
“으악!”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어요. 그러자 신문지는 사람들에게 자기 모습을 보란 듯 짝짝, 짝짝짝, 짝짝 리듬을 타며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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