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드러커 탄생 100주년 기념 특집호에서 켄트로우(Alan M. Kantrow)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드러커를 읽는 이유는 그가 말한 지식 자체를 배우려는 데에 있지 않다. 그런 지식이라면 여타 경영학 교수들도 보다 세련된 언어로 표현한 것들이 많다. 우리가 그의 글을 읽는 이유는 어느 한 지식의 프레임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의 관점에서 역사, 자료, 이론, 직관을 엮어 가며 숨어 있던 경영의 원리를 도출해 내는 그의 사유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 p.13~14
드러커는 계몽 군주, 즉 철인왕(哲人王, philosopher king)은 위장된 독재자의 변형된 형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경영자의 심리적 전제주의는 200년 전에 유럽에 출현했던 계몽 군주가 행했던 것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배자는 전지전능의 천재성을 갖추고 백성을 통치해야 하며, 보다 우월한 인물이 열등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치료하고 개조할 대상으로 본다. --- p.61
드러커는 이렇듯 세계적으로 거역할 수 없는 고용 형태의 변화 추세에서 기업은 비정규직에 대해서조차 부채로 보아서는 안 되고 자본으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그들은 기업 입장에서 잠시 쓰다 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기여하고 성취할 대상을 찾는 자유로운 노동자들이다. 그가 보기에 이 사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 문제로만 보거나, 더 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 p.98
만약 당시에 완성차 회사에 사포를 납품하러 갔던 영업 사원이, 차체를 두 가지 색으로 도장하는 용도로 쓰였던 아교접착지에 대해 공원들이 내놓던 불평불만을 그냥 남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랬다면 3M은 그냥 공장용 소모품을 제조하는 일개 지역 중소기업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외부의 사건은 그대로 회사에 보고됐다. 그 결과 3M은 그동안 사포를 만들면서 축적한 접착제 기술의 강점을 발휘하여 스카치테이프라는 전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