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후반, 이화여대 사학과에 재학 중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했다가 1년 만에 결혼한 후 줄곧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2남 1녀를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50세에 노년 공부를 시작한 후 써온 글을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임상수가 ‘발굴’해 출판을 주선한 책이 인기를 모으면서 방송, 출판에서 노인문제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노트]], [[아름다운 나의 죽음을 위하여]]를 냈으며 10여 년간 KBS 등 방송에서 노인문제 상담을 해왔다. 예리한 문제의식과 균형 감각을 소탈한 시선에 담아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영화·공연 감상이 취미인 ‘신중년’으로, ‘메멘토 모리 독서회’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는 등 ‘웰 다잉’에도 관심이 많다.
우린 다 살았다마는… 나의 어머니는 90을 넘기신 후엔 걸핏하면, 우리들을 보고, “난 다 살았다마는 앞으로 살아낼 너희들이 걱정이다”고 했다. 그 때마다 나는 “엄마나 잘 사세요, 우리 걱정은 말구”라며 코웃음을 쳤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머니의 말씀은 진리였고,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었다. --- p.34
우리를 슬프게 하는 편견 선입견 “부부가 친정어머니에게 차를 권하고 있었다. 부부는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늙은 어머니에게는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어쩌다가 ‘어머니, 차 한 잔 더 하실래요?’ ‘이거 한 조각 더 드실래요? ’정도의 이야기만 했다. 부부는 어머니에게 보살핌과 친절을 베푸는 것 같았고 그리고 모시고 나갔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 p.49
치사랑 내리사랑 그리고 옛사랑 가령 노인네가 잘 잡수면 “우리 시어머니 식성이 얼마나 좋으신데 ~” 반대로 잘 못 잡수면 “시어머니 식성이 보통 까다로우셔야지~”라고들 한다. 이 말의 뉘앙스는 그리 썩 유쾌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을 내 자식이나 손주에게 대입해 보면 뭐라 할까. “잘두 먹지~”하며 더 할 수 없이 귀엽고 예쁘게 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손주애가 잘 못 먹으면 “아이구, 얘가 병이 났나?” 하며 걱정이 태산이 된다. --- p.77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법 한 살이라도 젊었을 적, 오늘이 내일보다 적응이 잘 되는 지금, ‘경제 자립’은 기본이고 ‘생활 자립’을 익혀야 한다. 내 친구 모양, 혼자서는 지하철 노선도 모르면 어쩔거나. 평생 맛있는 세 끼 따뜻한 밥을 대령하면서도 홀로 끼니도 해 먹을 줄 알게 가르쳐 놓는 게 정작 남편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 p.119
떠날 때까지 차곡차곡, 차근차근 옛날에 다 배운 거라고, 옛날에 다 경험한 거라고 배움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은 장수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젊어서 많이 배우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노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옛날에 배웠던 것들은 옆으로 치워 두고 새로 배우지 않고는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길고도 길어진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 p.140
건강한 장수는 자기 하기 나름 자기 몸과 정신의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지, 천하 없는 효자나 배우자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허버트 스펜서라는 영국 학자는 일찍이 “건강유지는 하나의 의무”라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몸에도 육체상의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건강을 곁들인 장수를 하는 데 공짜는 없다. --- p.153
모두 나이 든다, 누구나 혼자이다 평범한 일상을 음미하는 맛을 아는 것은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떠들썩한 축제도 즐길 줄 알아야겠지만, 한적한 일상 속에서 정적인 즐거움을 조신하게 음미할 줄 아는 노년은 고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