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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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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를 기다리며

: 제1회 일본러브스토리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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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488g | 138*197*20mm
ISBN13 9788991909090
ISBN10 8991909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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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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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오근영
일본어 전문 번역가. 옮긴 책은 『100번 울기』『굽이치는 강가에서』『이상한 나라의 토토』『유리정원』『아내의 여자친구』『기습』『패왕 후히토』『소년 H』『악의』『르네상스의 미인들』『여섯 번째 사요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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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풍에 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 그녀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거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저녁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도로도 집도 울타리도 모두 윤곽이 저녁 어둠에 가라앉는다. 그 안에서 희미하게 부각되어 오는 기척이 있었다. 마치 빛에 감싸여 있는, 신기한 물체와의 조우와도 같았다.

아키오는 멈춰 서서 눈을 모으고 그 발광체를 바라보았다. 아키오의 조금 앞에서 걷고 있던 카후도 목을 쭉 빼고 앞쪽을 바라본다. 그것이 사람임을 알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을 정도다. 아키오는 경계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긴 머리의 여자다. 환하게 부각되어 보였던 것은 하얀 모자와 원피스 때문이었다. 관광객인가.

눈이 마주칠 정도로 가까워지자 아키오는 시선을 피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뭐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아키오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녁 어둠 속에서 물방울 같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 pp.82~83
"얼마 안 되지만 이달치 월급..." 얼마 안 되기는커녕 그로서는 상당히 무리를 한 액수였다. 사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정말 얼마 안 되지만..." "필요 없다니까요." 사양한다기보다는 거부에 가까웠다. 사치는 상 위의 봉투를 아키오 쪽으로 밀어냈다. "그런 생각으로 있는 거 아니에요. 난 음식도 청소도 빨래도 아무것도 안 했고." "하지만 가게 일도 도와주고..." "점원이 되기 위해서 여기 온 게 아닌걸요."

순간 공기가 정지했다. 사치의 커다란 눈이 아키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넘칠 것처럼 글썽이고 있었다. 아키오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툇마루에 고개를 얹어놓은 카후의 킁, 하는 콧소리가 들렸다. 사치는 눈을 돌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일어섰다. "안녕히 주무세요." 속삭이듯이 한마디 하고는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아키오는 상 위의 봉투를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불단 옆에 밀어놓은 재떨이를 잡아당겼다. 재떨이 안에는 핀으로 집어놓은 담뱃갑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금연'이라고 쓴 메모를 빼내고 그 뒷면에 '생활비'라고 써서 나비 모양의 머리핀에 봉투를 꽂아놓았다. 그것을 들고 부엌과 툇마루를 한동안 오락가락하다가 세면대 거울 앞에 살짝 놓았다.

다음날 아침 이를 닦으려고 칫솔과 치약을 집으려는데, 거기에 나비가 앉아 있었다. 'OK!!'라는 메모가 꽂혀 있다. 아키오는 치약을 쥔 채로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p.150~151
"사치, 보물은 돌려놓았다더냐? 그럼 이제 됐느냐?"
'보물?'
아키오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할머니, 보물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할머니는 순간 눈을 번쩍 떴다. 아키오를 보더니 갑자기 무서운 눈초리가 되어,
"이런 멍텅구리 같은 녀석!"
다짜고짜 호통이다.
"행복하게 해주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저쪽에서 오기를 기다리기만 할 거냐? 노상 그런 식으로 살다가는 영영 행복해지지 못할 거다"
그리고 다시 가물가물한 눈을 천천히 감았다.
--- p.25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현의 외딴섬 요나키시마. 우직하고 순수한 노총각 아키오는 자그마한 잡화상을 경영하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아버지는 사고로 죽었고 어머니는 둘째를 사산한 충격으로 가출했기 때문에,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남은 가족이란 애견 '카후'와 이 섬의 유일한 무당인 뒷집 할머니 정도. 조막손에 당최 요령부득이라 여자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아키오에게 어느 날, 사치(幸)라는 이름의 여자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에마에 쓰여 있는 기원문이 진심이라면 저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주시겠어요?"

여행차 들렀던 신사의 에마(소원판)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남겼던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래요?'라는 메시지에 진짜 희소식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반신반의하면서도 가슴 설레어하는 아키오. 그러나 부질없는 기다림에 진력이 난 아키오는 편지를 태워버리고 마는데...

바로 그 다음날, 사치가 섬으로 찾아온다. 대단한 미인인데다 시원스런 성격의 사치는 아키오의 집에 머물며 자연스럽게 가게 일을 돕고 무뚝뚝한 뒷집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과 허물없이 친해지는 등, 정말 아키오의 아내가 된 것처럼 지내게 된다. 하루하루 아키오의 마음 속을 가득 채우고 들어오는 사치. 그러나 정작 아키오는 그녀에게 제대로 프러포즈도 하지 못한 채 하릴없이 시간만 흘려보낸다.

때마침 요나키시마는 이곳 출신이자 아키오의 친구 순이치가 제안한 '리조트 개발계획'으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주민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양분되지만, 뛰어난 수완가인 순이치는 반대파를 잘 설득하여 두 사람을 제외한 전원에게서 허락을 받아낸다. 남은 두 사람이란 다름 아닌 아키오와 뒷집 할머니.

어느 날, 뒷집 할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병원에서 아키오는 순이치로부터 기다리던 어머니가 이미 수년 전에 객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죽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깨달은 할머니는 아키오에게 "집을 팔고, 사치를 행복하게 해줘라"라고 유언 같은 말을 전한다.

그날, 우연한 오해로 사치의 속내를 들여다 보게 된 아키오는 사치가 자신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또 자신이 사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고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굳히는데...

관련자료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이란?

"당신이 쓴 러브스토리를 보내주십시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랑이야기라면 시대 배경이나 장르는 모두 자유입니다."

위와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금세기 최고의 연애소설 간행'을 목표로 2005년에 제정된 문학상. 2005년에 하라다 마하의 《카후를 기다리며》가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06년에는 《수호천사》라는 작품이 제2회 대상을 수상하였다. 주관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상도 수여하고 있는 중견출판사 타카라지마샤와 BoA, 아무로 나미에 등이 소속되어 있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avex.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은 그 역사는 짧지만 대상 상금이 무려 500만 엔(약 4천만 원)이라는 점과 대상 수상작은 avex에서 영화화하기로 되어 있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은 심사위원단을 작가로 구성하는 기존 문학상과는 달리, 영화 프로듀서ㆍ배우ㆍ만화가 등을 심사위원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이 문학상의 창설 배경에 철저히 독자의 입맛과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겠다는 치밀한 비즈니스적인 계산과 영화화하기에 좋은 엔터테인먼트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콘셉트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의 심사위원으로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싱어 송 라이터 오오츠카 아이, 인기배우 나리미야 히로키, 《도쿄 러브스토리》로 일본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을 창시한 만화가 사이몬 후미, 작가 사쿠라이 아미, 영화 프로듀서 마츠하시 신조, 그리고 독자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일선 서점 직원 등이 참여하여 4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쳐 《카후를 기다리며》를 최고의 연애소설로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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