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 이빈
본명 : 박은지
1990년대 순정만화 계에 ‘새 주류(主流)’를 형성한 신진작가 이빈은 중3 때 부터 유명한 아마추어 동호회 중 하나인 ‘결’에서 활동하며 일찍부터 만화에 완전히 빠진 삶을 살았다. 1991년 <르네상스>에 「나는 깍두기」를 발표하며 데뷔, 주로 단편들을 중심으로 몇 몇 작품들을 선보이다 1995년 「윙크」에 학원물 『Girls』와 음악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Teenage Fanclub』을 연재하면서 인기몰이를 시작, 이후 「이슈」에서 『Crazy Love Story』를 통해 완전한 인기 작가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작가가 특히나 신경써서 힘겹게 완성시킨 만큼, 파격적인 스토리와 고혹적인 분위기, 심금을 울리는 수많은 명대사들로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는 순정만화계의 명작중의 하나가 되었다.
순정만화 영역에 다양한 테마(theme)를 접목해나가는 일련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원숙한 ‘무게’를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던 이빈의 만화는 이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홍콩 느와르 장르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탓인지 잔인하다 싶을 만큼 주인공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평범한 주인공들의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나머지 그것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이빈의 만화는 재미있다. 가끔 등장하는 마스크 걸(이빈은 자신을 종종 만화 속에 등장시키는데 늘 초라한 옷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도 친근하고 폐쇄적인 성격의 몇몇 주인공들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보통 문하생 생활이나 만화 학원 등을 거쳐 만화가가 되는 우리 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한번도 문하생 생활이나 만화 수업 등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그녀의 말은 그녀가 얼마나 성실한 노력파였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어린시절과 자신의 아이의 일상을 담아낸 『안녕, 자두야』를 시작으로 어린이 만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여러 층의 독자들을 확보하였다. 아직까지도 변화에 스스로 뛰어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열정이 아름다운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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