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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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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지 않는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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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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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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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2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2.7만자, 약 4만 단어, A4 약 80쪽?
ISBN13 978893202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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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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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감춘 것도 길을 열어준 것도 찍어낸 듯 똑같은 고층 아파트였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마천루를 지어 올린 것일까. 아니면 나무를 뽑아낸 구덩이에 콘크리트를 부은 것일까. 아파트 단지들은 하나같이 나무 이름을 달고 있었다. 폐교를 종양처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에는 남쪽으로 갈 돈이 없거나 남쪽에 친척이 없는 사람들만 핏기 없는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_「소년은 늙지 않는다」에서

노후 대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는 가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자식 셋을 세계 유수의 대학에 보내느라 등골이 휘었다. 첫째는 예일대 판문점 캠퍼스, 둘째는 스탠퍼드대 횡성 캠퍼스, 셋째는 베이징대 이천 캠퍼스. 애국하는 마음으로 셋을 낳아 길렀지만 역시 무리였다. 이런저런 빚을 갚고 나니 퇴직금은 달랑 쥐꼬리만큼 남았다. 아내는 여생을 어찌 사느냐고 한탄하더니 해외여행을 위해 부은 곗돈을 타기 두 달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둘째네 부엌에서였고 젖병을 쥔 채였다._「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어르신이 꿈에 나타나기는 처음이었다. 올가미 밧줄 뒤에 서 있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걸까. 유감스럽게도 안은 어르신의 행방을 몰랐다. 장이라면 혹시? 하지만 장의 행방도 몰랐다. 일이 있을 때면 장이 찾아왔다. 매번 안이 김을 찾아간 것처럼. 김은 장의 행방을 알까? 김을 마지막으로 찾아간 것은 6 년 전이었다. 빨갱이의 씨를 말리려 했다는 죄 아닌 죄로 어르신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출감했을 때였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울먹였던가. 어르신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말했다. 나를 찾지 마라. 때가 되면 너희를 찾아갈 것이니 녹슬지 않게 잘 갈아둬라._「개의 맛」에서

아직도 나는 잇새로 침을 뱉지 못하고 연단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황청심환을 깨물어 먹어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문을 걸어 잠근 서재에 처박혀 설교를 준비하다 신경이 곤두서면 잇새로 침 뱉는 연습을 하고, 우황청심환에 의지해 연단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어떤 말로 사람들을 휘어잡을까 고민한다.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에 형이라면.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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