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개인의 성격이 성공적인 몸짓의 끊이지 않는 연속이라면, 개츠비에겐 실로 대단히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에겐 삶의 가능성에 대한 매우 민감한 감수성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만 마일 밖에서도 지진을 감지하는, 고도로 정교한 기계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민감한 감수성은, 종종 ‘창조적인 기질’이라고 미화되는 연약하고도 신경질적인 예민함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희망을 향해 전진하는 비범한 재능이었고, 다른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결코 볼 수 없을 낭만적인 의지였다. 개츠비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냈다. 인간의 숨 가쁜 희망이나 행복에 대해 내가 일시적으로나마 흥미를 잃은 이유는 개츠비 탓이 아니었다. 그것은 개츠비를 먹이로 삼아버린 그 무엇, 그가 품은 꿈들의 주변을 떠돌며 역겨운 먼지를 뿌려댄 그 무엇의 탓이었다. --- p.11
분명, 그날 오후 데이지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데이지 탓이 아니라, 너무도 거대하고 정열적인 그의 환상 때문이었다. 그 환상은 그녀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그 환상에 자신을 온통 내던졌다.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열정으로 환상에 또 다른 환상을 보태며, 가능한 한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것을 장식했다. 어떤 불꽃도 어떤 새로움도, 한 사내가 자신의 유령 같은 영혼 속에 쌓아올린 그 탑에 감히 도전할 수는 없는 법이다. --- p.136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도 그는 자신이 간직해온 과거의 따뜻한 세계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느꼈을 것이다. 단 하나의 꿈을 붙들고 너무나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그 때문에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섬뜩한 나뭇잎들 사이로 낯설기만 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온몸이 전율했을 것이다. 장미 한 송이가 얼마나 괴기스러울 수 있는지, 드문드문 자란 풀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진실 없이 물질적이기만 한 세상이, 허기진 유령들이 공기를 들이켜듯 꿈을 들이켜 삼키는 세상이 그의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어지러운 나무들 틈을 헤집고 그에게 미끄러지듯 다가온 그 잿빛의 기괴한 형상처럼…… --- p.226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그 짜릿한 미래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우리들 뒤로 퇴각한다. 그해 여름, 초록 불빛은 우리 곁을 지나쳐 갔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두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맑은 아침…….
그렇게 우리는 헤쳐 나아간다.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으며,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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