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고등학교와 아주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스탕달의 고향인 프랑스의 그르노블과 낭트에서의 연수 후에 국립 파리 12대학교에서 장 지오노에 대한 연구로 석사와 준박사(DEA)를 그리고 같은 대학원에서 프랑스 희곡과 한국 희곡에 대한 비교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프랑스문화예술학회의 재무이사로 일하면서, 국립경상대학교와 아주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화와 예술, 서양연극사, 프랑스 예술의 이해, 광고이미지 등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을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저자의 집필 원동력이다. 이 책 『오페라, 역사를 노래하다』는 『한 권으로 읽는 연극의 역사』 『글로벌 다문화교육-프랑스 편』 『오페라로 배우는 역사와 문화』에 이은 책으로 유학 중 SBS, KBS 문화기행 등의 코디와 통역을 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를 다니며 접했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저자의 경험이 전공인 연극은 물론 오페라, 그리고 다문화까지 관심과 연구 영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저자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인문학적 교양과 문화적 혜택을 두루 누리는 한국의 ‘클레멘트 시티’를 기대하며 살고 있다."
흔히 ‘오페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한 남녀 주인공들의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와 그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맞는 말이다. 오페라에서는 주인공들이 부르는 음악(아리아, 레치타티보)이 매우 중요하고 거의 모든 오페라 작품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나 이별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이해하고 가수들을 잘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를 대할 때 음악 위주로 듣는다거나 사랑이나 이별, 죽음 등의 이야기로만 본다는 것은 조금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 젊은이들, 특히 필자가 매일 상대하는 대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오페라를 그처럼 사랑과 이별, 죽음과 연관된 이야기로만 많이들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일반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종류의 오페라 관련 책들이 대부분 음악가의 생애나 작품 줄거리 위주의 소개, 혹은 주인공 가수나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 들어 있는 음반을 소개하는 책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일반 사람들이 오페라를 그런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최근 나오는 오페라 관련 책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고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다루는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것이 바로 하나의 오페라 작품에 대한 다양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다룬 책들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 필자가 아쉬워하던 부분이고 그런 생각이 『오페라, 역사를 노래하다』라는 책을 새롭게 내게 만든 이유다. 이 책은 약 5년 전에 세상에 내놓은 『오페라로 배우는 역사와 문화』를 기본으로 새로운 내용과 사진을 추가해서 개정증보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1장에서는 오페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제2장부터는 한국을 비롯해서 서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공연되고 많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작품 열 편을 골라서 작품 자체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 작품이 갖는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배경을 다루었다. 음악은 물론 당대의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오페라는 매우 정치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음악이나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장르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배경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장르를 꼽으라고 한다면 연극과 더불어 오페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음악의 정치성과 사회성을 가장 잘 내포하고 보여주는 것이 오페라이기 때문에 오페라 작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안다는 것은 그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현대 오페라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만 해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연애 이야기로 많이 보지만 실상 이 작품은 당대 지배층이었던 왕족과 귀족계급에 대항하는 힘없는 서민 계층의 자그마한 반항 내지는 투쟁을 그린 일종의 반체제 작품이었다. 그랬기에 3년 동안 다섯 번의 수정을 거쳤음에도 정부에 의해 공연 허가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일반 서민계급이 지배계급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이 결국 3년 후인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던 것이다. 이처럼 오페라는 단순한 음악을 통한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열 편의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 역사적 배경 그리고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기 위해 노력했고 이것이 이 책이 다른 오페라 책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단순히 유명한 오페라를 소개하고 평가하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오페라라는 창문을 통해 당대 서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대적 흐름과 더불어 그 시대의 가치관과 사상까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것은 영화 감상이나 음악, 미술 감상에 비해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많은 정치성과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고 보지 않거나 단지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에 치중한다면 본전 생각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장르이다. 그렇기에 바라기는 이 책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친근함은 물론이고 당대 서구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 대한 흥미가 생길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