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을 소재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2013년 숭례문 단청 뉴스를 보고 나서입니다. 당시 뉴스는 단청을 시공한 장인들과 공사를 감독한 담당 공무원들을 두고 누구의 책임인지를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니, 도대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단청을 했기에?” 덕우는 잘 만들어진 색과 빛이 거리를 가득 메운 지금 세상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인 자연의 색과 빛에 살고 있는 과거 세상의 아이였습니다. 저는 덕우의 시선으로 자연과 단청의 조화로움을 배우고자 했고, 선인들의 지혜를 그려 내려 애썼습니다. 여느 어른에 대면 나이가 적고 키도 작지만, 스스로 한 일과 자신의 이름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자, 오늘 가까운 절이나 궁궐로 나들이를 가 보세요. 그곳으로 가서 누가 언제 칠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람과 비와 눈, 그리고 햇빛이 만들어 낸 단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글쓴이의 말」중에서
찬란한 오색 빛.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아름다운 색 --- p.28
“네, 큰스님. 한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좀 전에 단청을 보았는데 그 칠은 누가 한 것입니까?” “누가 칠했을꼬? 네가 한번 맞춰 보아라.” “혹시, 부, 부처님 아닐까요?” --- p.31
“네 아비가 천주학 그림을 그리며 꿈꾼 세상과 누구나 극락에 이를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찌 다르겠느냐? 결국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것 아니겠느냐.” --- p.59-60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이들이 이곳에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희들의 재주가 필요하다. 그래야 백성을 위한 궁궐이 완성되고 이름을 새길 수 있느니라. 알겠느냐?” --- p.158
한 줄기 바람이 불더니 덕우 몸을 휘 감쌌다. 순간 차갑던 바람이 따뜻해지더니 덕우 몸속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