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여성들에게 흔한 대화의 관습이다. 남성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여성이 쉽게 낮은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상대방 역시 (자기가 하는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높여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자기가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을 추켜세우면, 당신도 나를 추켜세운다"는 논리로 대화가 오고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대부분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는 말을 많이 하고, 이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이 경우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도 이와 똑같은 방식을 취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관례를 따르는 여성들은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 말은 결국 서로 낮은 위치에 머물 수 있다는 의미다.
여성들은 대부분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는 말을 많이 하고, 이를 위해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2년 전, 강의실에 도착한 나는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한 신문기자女를 만났다. 그녀는 미리 전화하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강의실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면서 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당시 학생 수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청강생이나 방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냥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둥글에 둘러앉은 학생들과 토론하는 경우가 많아서 낯선 사람이 있으면 수업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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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보통 비난이나 농담, 가벼운 조롱을 즐기고 우스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자들은 말다툼을 회피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평등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두 이 같은 관습에 익숙하면, 대화는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관습으로 인정받지 못한 대화방식은 양쪽에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킨다. 부정적인 전략을 쓰는 남자들은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적대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남들에게 우습게 비쳐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거만하게 비춰질 것이다. 여자가 잘난 체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 행동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관습대로 행동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자신감이 없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그 결과 여자와 남자 모두 자신의 일을 인정 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해 승진에서 배제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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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방식의 차이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내는지 간략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경영진으로 승진시킬 사람을 결정할 때에는 탁월한 능력과 결단력 등의 자질을 살펴본다. 승진을 결정하는 사람이 흔히 그렇듯 대부분이 남자들이라면, 이들은 여성의 대화방식을 듣고 그녀가 우유부단하고 무능하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모든 대화방식의 차이는 직장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여성은 관례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되도록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만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상사는 이런 행동을 보고 그녀가 무능해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결정을 부탁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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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화방식을 이해하는 동시에, 대화방식과 상관없이 여성이 승진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조리 내들러와 로렌스 내들러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환경을 보여주는수많은 연구 목록을 작성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동등한 직책의 남자들과는 다른 임무 배정과 자격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한 레아 스튜어트의 연구와 여성들은 승진을 이끌어줄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를 언급했다. 또 남자가 경영진에 적합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증명한 신시아 핑크의 연구를 인용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들은 여성에겐 결단력이 없거나 여성이 경영진에 오르기 위해서는 공격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더 바우먼, 베아트리체 위서, 스티븐 그레이서의 연구를 언급했다.
부담감이 많은 직책을 맡기 싫어한다는 선입관 때문에 여성들이 승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와 여자 모두 승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낮은 직책을 선호하는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자시의 공로를 인정 받지 않으려고 작정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공적을 인정 받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지만, 공적을 무시 당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사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고 그 사람의 성과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도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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