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나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미성년의 강」이 당선되어 시단에 나선 뒤, 시집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를 냈다. 연구서로는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 『한국 지역문학의 논리』,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1』이 있고, 『가려뽑은 경남·부산의 시 : 두류산에서 낙동강에서』, 『크리스마스 시집』, 『김상훈 시 전집』, 『예술문화와 지역가치』, 『정진업 전집』(1 시), 『허민 전집』을 엮었다.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몽골인문대학교 초빙교수로 올랑바트르에 머물렀으며, 이 책은 그 체류와 기행의 기록이다.
이제 내 앞으로 동몽골 초원이 놓였다.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수흐바트르 아이막 소재지인 바롱우르트까지 191킬로미터, 거기서 동몽골 초원 맨 밑자리, 숱한 화산 오름과 불을 물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다리강가 사람의 성산 실린벅뜨까지 200킬로미터를 마냥 달려볼 생각이다. 바람과 비, 눈과 구름 말고는 그 무엇도 손대지 않은 몽골의 가슴이며 튼튼한 심장인 동몽골 초원, 나는 그 안으로 와락 몸을 던졌다. --- 「처이발승의 처이발승」 가운데서
자밍우드로 되돌아오는 동안 아이들은 지쳤는지 자기 시작했다. 바트와 이모 그리고 나만 눈을 말똥거렸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사막에는 오가는 차도 없었다. 문득 어떤 새인지 밤새가 한 마리 차 앞창을 치고 달아났다. 마음 저 안쪽까지 부딪친 듯 무거운 울림이었다. 그곳 어딘가가 깨졌다. 검은 슬픔이 번져 나기 시작했다. 그래 사막, 나는 드디어 사막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