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극작가, 영화평론가다. 1998년 『월간문학』으로 희곡 등단.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한국희곡의 이데올로기』, 『1950년대 희곡 연구』(공저), 『1960년대 희곡 연구』(공저), 『1970년대 희곡 연구』(공저), 『1930년대 문학과 근대성』(공저), 『리허설』(박명진 희곡 창작집), 『한국 전후희곡의 담론과 주체구성』, 『한국희곡의 근대성과 탈식민성』, 『욕망하는 영화기계』(박명진 영화평론집), 『한국 극예술과 국민/국가의 무의식』 가 있다.
<꽃잎>이 넋이 나간 소녀의 시선으로 ‘그날의 상처’를 되새김질하고 있다면, <박하사탕>은 기차라는 기계를 통해 영호의 인생을 역추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하사탕>은 소위 ‘분석극(das analytische Drama)’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이다. 영화는 기차라고 하는 서사적 자아의 인도에 따라 영호의 과거로 이동한다. 이때 기차가 불러오는 영호의 과거는 곧 영호의 트라우마를 감싸고 있는 세월의 더께들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밝혀진다.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오디푸스왕>은, 아나그노리시스(Anagnorisis)에 의해 전개되는 극이라 할 수 있다. 아나그노리시스는 갑작스러운 발견에 의해 비밀스러운 장면들이 밝혀지는 계기를 의미한다. <오디푸스왕>은 개막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의 기원과 계기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종의 탐정극이다. “오디푸스는 말하자면 비극적인 분석이다. 모든 사건은 이미 벌어져 있고, 그것이 다만 벗겨져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박하사탕>은 기차라는 회고적 화자를 통해 주인공 영호가 지나쳐온 인생의 과정들을 되밟아나간다. 기차의 추체험에 의해 주인공이 열차 앞에서 자살을 감행하게 된사건의 원인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기차의 종착역에는 ‘광주’라는 표지판이 달려 있다. 분석극에는 예외 없이 하나의 ‘개막전 사연(Vorgeschichte)’이 들어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방법과는 달리 관객은 이 개막전 사연을 드라마가 시작이 되는 대목에서 즉각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알게 되며, 그 전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은 대강 작품의 막바지 부분에서이다. … 이 분석극의 폭로 내용은 새로운 행동의 시작이 아니라 보다 오래 지속이 되어온 엉킴 상태의 끝이다.10) (밑줄 강조는 인용자) -본문 166~167 쪽, <한국영화의 역사 재현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