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의 아래로는 포포가 매일 올려다보았던 호수의 달보다 더 큰 시계추가 매달린 채 똑딱거렸다. 앵무새의 실눈이 가늘게 깜빡이자 동시에 태엽 속의 눈동자 구멍도 졸린 눈꺼풀처럼 끔뻑끔뻑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상자 위로는 아름다운 오색 앵무새가 고상하게 앉아 있었다. 사과 만치 붉고, 늦은 오후의 청 하늘빛 털로 전체를 휘감고 있는 앵무새의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그의 길고 가는 눈매는 모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었고 매혹적인 앞머리는 마치 금잔화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듯했다. 여기에 그 태연스러운 동작에는 우아함보다는 어딘가 도도함이 서려 있었다. ‘정말 이상한 시계야.’ 포포가 중얼거렸다. p.43
이제 개구리 떼는 순식간에 빛나는 수십 개의 별로 모습을 바꿨다. 일제히 꼬리를 떨어뜨린 그들은 별안간 어린 오리의 머리를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 포포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떴다. “황금호수의 비밀을 알고 싶은가?” (중략) “나는 네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포포 이스트! 만약 신비부츠보다 더 귀중한 보물을 찾게 된다면, 무수한 세월 동안 백조들의 발에 씌워져 있던 고통을 풀 유일한 동물이 될 테니. 이제부터는 그 신비부츠를 신고 먼 여행을 떠나야 한다. 부디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닫기를." pp.91~92
“아함~ 몇 시쯤 되었지?” ‘자비심 없는 달의 관’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관 뚜껑이 열렸고 누군가가 몸을 일으켰다. 끼덕끼덕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는 펭귄이었고 몸은 철골 마네킹인 형체가 관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쇠로 만들어진 무릎에서는 스프링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방 모퉁이의 옷장 제일 아래 칸이 열렸다. 그곳에서 검푸른 까마귀 두 마리가 다급히 달려 나왔고, 어느새 그녀의 신발이 되어 주고 있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단상의 계단을 겨우 내려왔을 때쯤 까마귀들의 비명소리가 ‘까악’하고 들려왔다. pp.126~127
“션티, 전 이만 백조의 호수로 돌아가겠어요. 이제 다른 백조들처럼 토슈즈 신고 발레를 하며 살 거라고요.” “넌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어. 그 노력들은 이제부터 너 자신을 지켜줄 거야. 넌 지금까지 해왔듯이 또다시 ‘자신만의 길’을 가는 거고. 또, 때가 되면 모든 고민들은 저절로 사라질 테니까. 열매가 맺힌 후 꽃이 떨어지듯. 일순간에…….” 션티의 목소리에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중략) “무엇보다도 포포, 처음부터 네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절대 잊어서는 안 돼. 한 포기의 풀이라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대한 비바람이 몰려오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pp.158~159
산장 쪽을 바라보던 포포는 깜짝 놀라 외쳤다. “산장 전체가 시계로 변해 버리고 있어.” 그때였다. 제일 긴 초침의 바늘이 그들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모리는 두더지답게 다급히 땅을 파댔다. 맹렬한 초바늘의 기세를 본 포포 역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우선 저 초침부터 피해야 해!” 포포도 이오와 함께 땅 쪽으로 납작 몸을 엎드렸다. 다행히 초침은 그들의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초침은 바쁜 듯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 멀리 가버렸다. p.175
커다란 날개가 힘차게 창공을 가르는 순간, 고개를 돌린 그의 넙적부리는 호수의 그 어떤 새보다도 아름다웠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단다. 은은하게 빛나는 그의‘ 황금부리’는 마치 ‘이봐, 너희들은 나보다 더 큰 날개를 지녔잖아. 어서 어서 두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보렴’하고 외치는 듯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