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분야 최초의 전문 사전이 발간되었다. 이는 판소리 이본 전집의 발간, 주요 이본의 역주서 발간을 바탕으로 이룩된 쾌거로 판소리 연구의 내실을 기하고, 미래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사전의 발간으로 우리는 판소리를 이루는 예술의 한 올 한 올에 과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판소리를 지켜온 선인들은 물론이고, 전문 사전 하나 없어 부끄러워했던 외국인들에게도 체면을 세우게 되었다.
정병헌(판소리학회 회장, 숙명여대 교수)
학문적 대상으로서의 판소리는 국문학자들에 의해 현대에 와서 재발견되었다. 그때가 대체로 일제강점기인 1935년쯤이니, 이제 판소리 연구의 역사는 70년이 넘은 것이다. 이번에 나온 김진영 교수 외 2인의 ≪판소리문화사전≫은 판소리 연구 70년의 성과가 쌓인 성과물이다.
판소리 연구는 판소리 텍스트를 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판소리 관련 텍스트는 난해하기 그지없다. 자의적인 표기 방식, 와전, 인쇄 상태 불량, 표기 자체의 개인적 특성, 반영 언어 계층의 복합성 등이 겹쳐서 해독불가능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게다가 판소리 텍스트가 가진 지식과 경험의 방대함이 의미 해독을 더욱 어렵게 한다.
≪판소리문화사전≫에서는 이러한 어렵고도 방대한 판소리 텍스트를 총정리하고, 거기서 표제어를 추출하여 일일이 풀이와 용례를 실었다. 분량이 1,100여 쪽이 넘는다. 자료로 삼은 판소리 텍스트는 <춘향전> 109종, <심청전> 127종, <토끼전> 64종, <흥부전> 28종, <적벽가> 54종 등 총 382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문자 텍스트뿐만 아니라 공연 텍스트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활자본은 물론이고, 목판본과 필사본을 두루 포함한다. 그러니 이 사전을 위해 동원된 자료는 판소리 텍스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대상으로 했으니, 거기서 추출된 표제어 또한 판소리 텍스트 전체를 충분히 포괄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이 사전으로 판소리 텍스트의 독해의 어려움은 다 해소되었다고 할 만하다.
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였을 것이다. 단어 하나, 구절 하나, 때로는 글자 하나 때문에 며칠을 보내야 하는 날들도 많았으리라. 그 기간이 자그마치 10여 년이다. 그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나온 ≪판소리문화사전≫은 판소리 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국문학계 전체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판소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어휘 하나 때문에 며칠씩 허비해야만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찌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여 년간의 산고 끝에 나온 옥동자 ≪판소리문화사전≫을 보면서 생각한다.
木必有花 花必有實(나무에는 반드시 꽃이 피기 마련이고, 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최동현(군산대 교수. 판소리학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