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 문학을 전공했고 「시마자키 토오송(島崎藤村)의 수필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명지전문대학 일본어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는, 산문시에서 수필을 시도한 「시마자키 도손의 「7일간의 한담」 「고찰」과 장르 의식의 변화를 살펴본 「시마자키 도손의 「수채화가」론」, 그리고 만년의 감상 수필에 나타난 아포리즘을 분석한 「시마자키 도손의 인생철학」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지쿠마 강 스케치』가 있다.
그는 결혼한 후의 자신이, 결혼하기 전의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연해졌다. 유서 깊은 큰 절에 가면 안내하는 어린 중이 오래된 벽에 걸린 그림 앞으로 참배객을 데리고 가 승려의 일생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산키치 육체에서 일어나는 고통은 여러 기억 속으로 그의 마음을 이끌어 갔다. 결혼한 해에는 이런 일이 있었고, 3년째는 저런 일이 있었지 하며 평소 잊고 있던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속삭이며 들려줬다. 그것은 뛰어난 승려의 일대기와는 전혀 다르다. 모두 여자와 관련된 마음의 그림이다. 감추고 싶은 기억뿐이다. 산키치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 p.353
산키치 자신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슌과 마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덕가 같은 어조로 변하는 게 심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 왠지 위선처럼 자기 귀에 울리는 것 같아 괴로웠다. 자기 스스로도 그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오슌의 결혼에 관해서도,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이렇게 하면 좋을지 저렇게 하면 좋을지 이런저런 말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묘하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단지… 작은어머니가 집에 안 계실 때 작은아버지가 제 손을 잡았어요?라고 남들에게 말할 것만 같아 오슌의 얼굴을 보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도움되는 말을 해 준다 한들, 모든 게 이 한마디로 비난당할 것만 같았다. 산키치는 걱정하며 마련해 둔 돈을 꺼냈다. 괴로워하는 짐승 같은 표정으로 그것을 조카딸 앞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