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행부는 법인화를 이해하는 매체들의 간부와 기자들에게 법인화의 자율 가치를 누누이 설명하고 법인화가 10여 년부터 서울대학교의 숙원 과제였음을 강조했다. 반면 진보 매체의 임원과 기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이 우려하는 ‘등록금 천정부지 인상’, ‘대학의 기업화’, ‘시장적 가치가 낮은 학과 통폐합’ 등 부정적 측면이 사실과 다름을 호소했다. 만일 우려하는 것이 실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집행부도 법인화 추진을 중단할 생각이라고 응답했다. --- p.37
기관의 사업도 이러한 영농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대규모 창조 사업도 출발부터 거대한 것이 아니라 소수 선도자들이 비전을 모색하며 씨앗을 심는다. 씨앗을 심는 과정에서 다수 구성원들과 공론화 과정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미래에 다가서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완성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와 공감을 통해 결실의 결과로 나타난다. --- pp.121-122
인사 참모는 임용권자의 의중과 의지를 분명히 파악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설령 인사권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건의나 명시적 질문이라도 당당히 실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아울러 신중한 자세 역시 인사 참모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 혼선이 야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사 라인 공직자가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못지않게 인사 참모의 예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명백한 의사를 표시하는 인사권자의 배려도 인사 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 pp.192-193
의식에 관한 결정이 외견상으로는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곰곰이 생각하면 의식을 통해 소중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은 그의 무한한 인간애를 배우고 닮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으며, 주요 식전의 진행을 통해 대학의 권위와 존재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감행한 해외 출장은 첨단연구소 유치의 염원을 담고 있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의식을 경시하는 풍토가 있다면 바람직한 공동체의 가치 형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 p.252
공직 임기를 종료한 이후에라도, 자신이 책임자로서 결정했던 사안이라면 당연히 결정 과정과 배경 등을 스스럼없이 평가·감사기관에 응답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아마도 책임 공직자의 책임은 유효기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정책의 실패와 오류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