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꺼비는 피에 물들어 참혹히 죽어 넘어진 부친의 시체를 안고 땅을 치면서,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고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을 진정하고도 불끈 일어서 이를 부드득 갈면서,
“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또한 웅장한 절규이었습니다. 아울러, 위대한 선언이었고요. --- p.60~61
“아무리 급한 돈이래두, 쓰는 사람이 생각하면 하늘이 내려볼까 무섭잖겠어요……? 그런 걸 글쎄, 이 할이나 허자시니!”
“허! 사람두……! 이 사람아, 돈이 급허면 급헐수룩 다아 요긴허구, 그만침 갭(값)이 나갈 게 아닝가? 그러닝개루 변(이자)두 더 내구서 써야지?”
“그렇더래두 영감 말씀대루 허자면 칠천 원 액면에 오천육백 원을 쓰구서 한 달 만에 일천사백 원 이자를 갚게 되니, 돈 쓰는 사람이 억울하잖겠습니까?”
“억울허거던 안 쓰먼 구만이지……? 머, 내가 쓰시요오 쓰시요 허구 쫓아댕김서 억지루 처맽긴다덩가? 그 사람 참!” --- p.116~117
과연 일 년 추수하는 쌀만 가지고도 밥을 해먹자면 백 년 천 년을 배불리 먹고도 남을 테면서, 그러나 이렇게 배고픈 때가 있으니, 곰곰이 생각을 하면 한심하여 팔자 탄식이 나오기도 할 겝니다.
“……여보게 이 사람아……! 아 자네버텀두 날더러 팔자 좋다구 그러지? 그렇지만 이 사람아, 팔자가 존 게 다아 무엇잉가! 속 모르구서 괜시리 허넌 소리지…… 그저 날 같언 사람은 말이네, 그저 도둑놈이 노적가리 짊어져 가까 버서, 밤새두룩 짖구 댕기는 개, 개 신세여! 허릴없이 개 신세여!” --- p.125
“춘심아? 너, 멫 살이지?”
“그건 새삼스럽게 왜 물으세요?”
“아-니, 그저 말이다!”
“열다섯 살이지 머, 그새 먹어서 없어졌을라구요?”
“응 참, 그렇지…… 퍽 숙성히여, 우리 춘심이가…….”
“키는 커두 몸은 이렇게 가늘어요! 아이 참, 영감님은 몇 살이세요?”
“예순…… 으응…… 다섯 살이다!”
“아이구머니!”
윤직원 영감의 나이 꼬박 일흔둘인 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일흔두 살 먹은 영감이 열다섯 살 먹은 애인 앞에서 나이를 일곱 살을 줄여 예순다섯 살로 대던 것입니다. --- p.184~185
만일 오늘이 우리한테 새것을 가져다주지 않고 어제와 꼬옥 같은 것만 되풀이를 한다면, 참으로 우리는 숨이 막히고 모두 불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와 같으면서도(어제 치면서도 더 자라난) 한 다른 오늘 치를 우리한테 가져다주고, 그러하기 때문에 그러하는 동안 인간은 늙어 백발로, 백발은 마침내 무덤으로…… 이렇게 하염없어도 인류는 하루하루 더 재미있어 간답니다.
그렇듯 반가운 새날이 시방 시작되느라고 먼동이 휘엿이 밝아 옵니다. --- p.272
이웃의 가난한 집으로 어린애가 있는 데를 물색해서 그 어린애들의 아침 자고 일어난 오줌을 받아 오기로 특약을 해두었습니다. 그렇게 오줌 특약을 해두고는, 새벽이면 삼남이가 빨병을 둘러메고서 오줌을 걷어 오는 것이고, 시방도 바로 그 오줌입니다.
이건 바로 쩍쩍 들러붙는 약주술로 해장이나 하는 듯이, 쪽 소리가 나게 오줌 한 잔을 마시고, 이어서 두 잔, 다시 석 잔, 석 잔을 마시자 삼남이가 생(생강) 벗긴 것을 두 손으로 가져다 바칩니다.
“그년의 자식이 엊저녁으 짜게 처먹었넝개비다! 오줌이 이렇게 짠 걸 보닝개…….”
--- p.275~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