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쉬: 소년이었어요. 그냥 소년이었죠, 제가 어린 소녀였을 때죠. 열 여섯살때, 그걸 발견했어요 - 사랑말예요. 갑자기 아주 많은 걸, 완벽하게 많이, 늘 반쯤은 어둠속에 가려져 있던 것에 갑자기 눈이 멀 정도의 강렬한 빛을 켜는 것 같았죠, 그런식으로 나의 세계를 덮쳤어요. 하지만 전 운이 없었어요. 착각을 했어요. 그 소년에겐 뭔가 다른 게 있었어요, 남자답지 않은 신경과민, 연약함, 다정함 같은 거, 비록 사내 답지않은데는 조금도 없었지만 - 그런데도 - 그런 뭔가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제게 도움을 청하러 왔어요. 전 그걸 몰랐어요.
제가 안 거라고 뭔지는 몰라도 내가 그 사람의 기대를 어긋나게 했다는 것과 그 사람이 필요로 하고고는 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그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거였어요! 그는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져 날 꽉 붙잡았어요 - 그런데 난 그를 붙잡아 주지 못하고 함께 빠져들고 있었죠 - 전 그걸 모르고 있었어요. 견딜수 없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는 있었지만 그 사람이나 나나 얼쩔 수가 없었다는 걸 빼고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알게됐어요. 가장 최악의 상태로. 비어 있다고 생각한 방에 갑자기 들어갔다가 말예요 - 방은 비어있지 않고 두 사람이 그 안에 있었어요... 제가 결혼한 남자하고 수년동안 그사람 친구로 지내더 나이가 든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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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작품에서 선택하는 언어와 그 섬세한 구사 능력은 등장 인물들을 비롯해 작품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블랑쉬는 순결과 순수를 상징하는 말로 아이로닉한 맛을 주고 있으며, 블랑쉬가 스텔라의 집에 도착하기 위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란 이름의 전차'로 갈아탄 다음 '이상향'에서 내리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미 우리에게 블랑쉬의 운명을 암시해 주고 있다. (작가 및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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